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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nn Nov 24. 2017

뚜이와 첫 째날

11/14

첫날을 잠 한숨 못 이루고 맞이했다. 뚜이가 입양 갈 곳을 날이 밝자마자 알아보았다. 내가 속해있는 단체 채팅방에 전부 메시지를 보냈다. 아기 고양이를 구조했는데 잘 키워줄 가족을 찾고 있다고. 도와달라고. 동생도 지인들에게 알렸다. 그들은 자신들의 SNS를 활용해 널리 알려주었다. 아기 고양이가 가족을 기다리고 있다고. 

            


그 와중에 뚜이는 골골송과는 다른 이상한 숨소리를 내면서도 똘똘한 눈으로 우리와 잘 놀고, 집안 곳곳을 호기심 어린 눈과 몸짓으로 잘 돌아다녔다. 집에 아기 고양이 사료가 없어 엄마가 끓여주신 북엇국을 먹여봤지만 먹지 않았고, 물도 마시지 않았다. 그래도 꽤 기운이 있어 보였다. 어미가 젖을 잘 먹인 덕분이었겠지. 그 어미는 이 아이를 애타게 찾고 있을까. 아니면 냉정하게 잊었을까. 잠시 그 생각을 하니 마음이 무거웠다. 

오전에는 모두가 출근해서 나와 뚜이 둘이서만 오롯이 시간을 보냈다. 이렇게 어린, 작은 새끼 고양이는 처음이라 만지기도 불안했다. 무엇보다 숨소리가 너무 거칠어서, 이 작은 몸이 내는 숨소리가 힘겨워 보여서 걱정이었다. 출근하는 길에 병원을 데려가봐야겠다고 생각했다. 만약 어디가 많이 아프다고 하면 어쩌지. 겁이 났다. 

너무 어려서 그런지 새끼 강아지와 큰 차이를 느끼지 못 했다. 그맘때 아기 동물들은 안 귀여울 수가 없으니까. 그저 귀엽고 사랑스럽기만 했다. 마치 사람이 키우던 고양이처럼 내 품에 잘 안겨 있었다. 


마냥 예쁘고 사랑스럽지만 난 여전히 불안한, 걱정 어린 눈빛으로 뚜이를 바라보았다. 어서 입양이 돼야 할 텐데... 좋은 주인을 만나야 할 텐데... 그런데 난 이 아이를 보낼 수 있을까. 조금이라도 정이 덜 들었을 때 좋은 주인을 만났으면...... 혹시 입양이 되지 않아 내가 키워야 한다면, 난 잘 키울 수 있을까. 끝까지, 죽을 때까지 책임져야 하는데 잘 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들이 나를 괴롭혔다. 하지만 뚜이는 내가 그런 걱정을 하는지도 모른 채 나를 물끄러미 바라보기도 하고 내 품에서 잠이 들기도 했다. 

출근길에 동생과 함께 음악실 근처 병원에 들렀다. 몸무게를 쟤니 0.3kg. 너무나도 가벼운 무게. 그 무게에 나는 또 한 번 놀랐다. 이렇게 작은, 솜털 같은 무게의 삶도 나에겐 무척이나 무겁구나. 너무도 묵직하구나. 

다행히 병원에선 뚜이가 건강해 보인다고 했다. 단지 비를 맞은 탓인지 감기 때문에 코가 막힌 것 같다고 약을 지어줄 테니 잘 먹이라고 했다. 그제야 조금 아주 조금 마음이 편안해지는 것을 느꼈다. 일단 산 하나는 넘었구나. 건강해서 다행이야. 더 좋은 주인 만날 수 있겠다! 

너무 어려 아무도 없는 집에 혼자 두고 올 수가 없어 데리고 출근을 했다. 급하게 집을 만들어줬는데 꽤 좋아했다. 동생이 따뜻한 물을 담은 물병을 집에 넣어줬는데 그걸 끌어안고 잘 놀고 잘 잤다. 


오가는 사람들을 크게 경계하지도 않았다. 다행이었다. 고마웠다. 아빠가 특히 좋아하셨다. 아직 입양할 곳이 정해지지 않아 걱정인데 아빠가 좋아하시니 혹시나 우리가 키운다고 하면 든든한 지원군이 되어주실 것 같았다. 아빠는 병아리 같은 뚜이를 품에 안고 사람들에게 "이렇게 작은 고양이 봤어?" 하고 보여주시며 흐뭇해하셨다. 그 눈엔 하트가 그득했다. 내가 전혀 예상하지 못 했던 장면이었다. 이미 우리 뚜이는 사랑받기 시작하고 있었다. 

내가 메시지를 돌렸던 채팅방에 확인을 해보니 아직 키우겠다는 사람을 발견하지 못 했다고들 했다. 하나같이 나보고 키우라고 했지만 난 자신이 없었다. 할 수만 있다면 나보다 훨씬 잘 키워줄 가족을 찾는 게 최선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미 난 돌이킬 수 없는 곳까지 가 있었다. 나만 몰랐을 뿐.

일을 마치고 뚜이를 꼭 품에 끌어안고 집으로 돌아와 잘 곳을 마련해주었다. 내 방에서 지내기로 했다. 집으로 와서는 병원에서 추천해준 캔 사료도 준만큼 싹 먹어치우고 약도 잘 먹었다. 이제 똥, 오줌만 잘 싸주면 될 텐데...... 내 방에서 이런저런 얘기를 하면서 뚜이를 재웠다. 내 얘기를 알아듣지는 못했겠지만 그래도 계속 얘기했다. 뚜이는 잠이 들었고 나도 침대로 가 누웠지만 잠이 오지 않았고 역시나 밤을 꼴딱 새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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