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라이킷 댓글 6 공유 2 브런치 글을 SNS에 공유해보세요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 C.S.Lewis -

지혜의 일기
by Ann Dec 04. 2017

고양이 집사가 되었다

뚜이가 나에게 온 지 3일째가 되었다. 뚜이를 입양할 사람은 나타나지 않았다. 어쩌면 난 하루빨리 나타나길 바라는 마음과 나타나지 않길 바라는 마음 둘 다 가지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 끝엔 모두 두려움이 기다리고 있었다. 슬기와 얘기를 해보니 그 마음도 나와 다르지 않았다. 키우기 두려운 마음, 보내기 두려운 마음. 그 어떤 것도 선택하지 못한 채 마음이 불편한 상태. 그러나 뚜이를 보면 한없이 사랑스럽고 안쓰러워 순간적으로 다 잊고 마는. 

            


뚜이는 며칠 사이에 뚜이 만의 매력을 뽐내기 시작했다. 아기 고양이라 그런지 사람 곁에 붙어 있는 걸 좋아했다. 꼭 붙어서 잠이 들었다. 내려놓으면 무릎 위로 올라와 쌔근쌔근 잠이 들었다. 뿐만 아니라 그냥 잠도 많이 잤다. 한 번 자면 좀처럼 일어나지 않고 죽 잤다. 아기들은 역시 오래 많이 자는구나. 첨엔 너무 자는 것 같아서 깨우기도 했는데 알고 보니 아기 고양이들은 보통 20 시간을 잔다고 한다. 사람이나 동물이나 아기들은 잠이 많구나.

어김없이 함께 출근했다. 자기 집에도 알아서 잘 들어가고 집 밖으로 나와서도 여기저기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하지만 겁을 가득 싣고 돌아다녔다. 아직은 겁이 많았다. 이것저것 미리 냄새를 맡고 경계하고 다리도 후들후들. 태어난 지 한 달 밖에 안 된 아기 고양이에게 이 세상은 아직 무섭기도, 재밌기도 하겠지.  놀기는 엄청 잘 놀았다. 장난감을 휘두르면 낮지만 점프도 하고 데굴데굴 구르기도 하고. 고양이 특유의 몸짓이 드러나곤 했다. 그걸 바라보는 우리 가족은 소리 내어 웃었다. 원래 웃음이 넘치는 집이었지만 이렇게 큰 소리로 다 같이 웃는 소리는 오랜만이었다. 


밥은 또 얼마나 잘 먹는지. 처음 왔을 때 밥도 안 먹고 물도 안 마시고 똥도 오줌도 싸지 않아서 얼마나 걱정을 했던지. 하지만 동물병원에서 산 사료를 허겁지겁 해치우고 작고 귀여운 똥도 싸는 모습을 보고 안심했다. 아니 사실 환호성을 질렀다. 똥 하나에 이렇게 행복해질 줄은 상상도 못 했었다. 엄마들의 마음이 이런 것일까. 고마워 고마워를 연신 외쳤다. 건강한 똥을 싸줘서 너무너무 고마워. 기적은 다른 게 아니고 잘 먹고 잘 싸는 거였다. 

뚜이를 데리고 집으로 퇴근했다. 씻고 뚜이와 좁디좁은 내 방으로 들어왔다. 슬기와 엄마는 뚜이를 보기 위해 좁디좁은 내 방으로 들어왔다. 셋이 옹기종이 다리도 펴지 못한 채 앉아 뚜이를 바라봤다. 그때 슬기가 툭 내던졌다. 
"뚜이 그냥 우리가 키우자."
"그럼, 우리가 키워야지 당연히."
엄마의 이어진 말. 

며칠 동안 계속된 고통스러운 고민들이 수줍어졌다. 그렇게 나는 아니 우리는 고양이 집사가 되었다. 





                      

keyword
magazine 지혜의 일기
Ann
따뜻하고 향기로운 사람이 되고 싶고, 그런 글을 쓰고 싶습니다.
pinksoul624.blog.me
댓글

    매거진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서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