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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nn Dec 04. 2017

고양이 집사가 되었다

뚜이가 나에게 온 지 3일째가 되었다. 뚜이를 입양할 사람은 나타나지 않았다. 어쩌면 난 하루빨리 나타나길 바라는 마음과 나타나지 않길 바라는 마음 둘 다 가지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 끝엔 모두 두려움이 기다리고 있었다. 슬기와 얘기를 해보니 그 마음도 나와 다르지 않았다. 키우기 두려운 마음, 보내기 두려운 마음. 그 어떤 것도 선택하지 못한 채 마음이 불편한 상태. 그러나 뚜이를 보면 한없이 사랑스럽고 안쓰러워 순간적으로 다 잊고 마는. 

            


뚜이는 며칠 사이에 뚜이 만의 매력을 뽐내기 시작했다. 아기 고양이라 그런지 사람 곁에 붙어 있는 걸 좋아했다. 꼭 붙어서 잠이 들었다. 내려놓으면 무릎 위로 올라와 쌔근쌔근 잠이 들었다. 뿐만 아니라 그냥 잠도 많이 잤다. 한 번 자면 좀처럼 일어나지 않고 죽 잤다. 아기들은 역시 오래 많이 자는구나. 첨엔 너무 자는 것 같아서 깨우기도 했는데 알고 보니 아기 고양이들은 보통 20 시간을 잔다고 한다. 사람이나 동물이나 아기들은 잠이 많구나.

어김없이 함께 출근했다. 자기 집에도 알아서 잘 들어가고 집 밖으로 나와서도 여기저기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하지만 겁을 가득 싣고 돌아다녔다. 아직은 겁이 많았다. 이것저것 미리 냄새를 맡고 경계하고 다리도 후들후들. 태어난 지 한 달 밖에 안 된 아기 고양이에게 이 세상은 아직 무섭기도, 재밌기도 하겠지.  놀기는 엄청 잘 놀았다. 장난감을 휘두르면 낮지만 점프도 하고 데굴데굴 구르기도 하고. 고양이 특유의 몸짓이 드러나곤 했다. 그걸 바라보는 우리 가족은 소리 내어 웃었다. 원래 웃음이 넘치는 집이었지만 이렇게 큰 소리로 다 같이 웃는 소리는 오랜만이었다. 


밥은 또 얼마나 잘 먹는지. 처음 왔을 때 밥도 안 먹고 물도 안 마시고 똥도 오줌도 싸지 않아서 얼마나 걱정을 했던지. 하지만 동물병원에서 산 사료를 허겁지겁 해치우고 작고 귀여운 똥도 싸는 모습을 보고 안심했다. 아니 사실 환호성을 질렀다. 똥 하나에 이렇게 행복해질 줄은 상상도 못 했었다. 엄마들의 마음이 이런 것일까. 고마워 고마워를 연신 외쳤다. 건강한 똥을 싸줘서 너무너무 고마워. 기적은 다른 게 아니고 잘 먹고 잘 싸는 거였다. 

뚜이를 데리고 집으로 퇴근했다. 씻고 뚜이와 좁디좁은 내 방으로 들어왔다. 슬기와 엄마는 뚜이를 보기 위해 좁디좁은 내 방으로 들어왔다. 셋이 옹기종이 다리도 펴지 못한 채 앉아 뚜이를 바라봤다. 그때 슬기가 툭 내던졌다. 
"뚜이 그냥 우리가 키우자."
"그럼, 우리가 키워야지 당연히."
엄마의 이어진 말. 

며칠 동안 계속된 고통스러운 고민들이 수줍어졌다. 그렇게 나는 아니 우리는 고양이 집사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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