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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nn Dec 15. 2017

뚜이와 벌써 한 달

반려동물을 키우기 전에


정신을 차려 보니 뚜이가 내 곁에서 함께 지낸 지 한 달이 되었다. 너무 정신이 없어 시간이 그렇게 흘러갔는지도 몰랐다. 뚜이는 많이 컸고, 내 손과 다리엔 수없이 많은 상처들이 있고, 잘 때 내 곁에서 전에 없던 따뜻한 온기가 느껴진다. 그렇게 한 달이라는 시간과 뚜이가 함께 바꿔놓은 것들.





여기저기 겁과 호기심을 함께 지니고 돌아다니던 뚜이의 활동 반경이 넓어졌다. 높은 곳에 올려놓기라도 하면 떨어질까 봐 졸졸 따라다니고, 놀다가 어디 부딪힐까 봐 한시도 눈을 떼지 못했는데 어느새 침대 위에 폴짝 올라오고, 높은 탁자 위에 올라서서 망설임 없이 뛰어내린다. 건드리지 못 하게 높은 곳에 올려놨던 물건들은 벌써 위협을 받고 있다. 소용이 없어진 거다. 화분들이 바닥에 있다가 선반 위로 올라갔다. 하지만 그들도 머지않은 것 같다. 단체로 곧 이사를 가야 할지도.

손, 발톱과 이빨은 훨씬 강해졌다. 그것들 때문에 나의 손과 다리엔 흉측한 상처들이 쉬지 않고 생겨나고 있다. 그래도 예뻐서 쓰다듬고 놀아주다가 피를 보고 아차! 한다. 그 이빨 덕에 스마트폰 충전기는 앙상한 뼈를 드러내고 거의 모든 라벨들이 너덜너덜해졌다.





목소리도 커졌다. 밥 달라고 삐약삐약, 마치 병아리 같았던 연약한 소리가 또랑또랑해지고 커졌다. 품 속에서 울어도 밖에선 잘 들리지 않곤 했는데 이제 울림이 생겨 사람들이 소리 나는 곳을 쳐다보기도 한다.

얼굴은 제법 뾰족해졌다. 불과 몇 주전까지만 해도 마치 젖살이 붙은 아기 같았는데 말이다. 눈빛도 또렷하고 매섭다. 오, 이제야 너 좀 고양이 같다? 하는 순간 여전히 아기 같은 행동과 얼굴에 피식 웃음이 나온다.





뚜이를 만나지 못 했다면 어떻게 됐을까. 아마 뚜이는 그날 새벽 추위를 이기지 못하고 이 세상을 떠났을 테고(어디까지나 나의 추측이지만) 나의 손과 발은 상처 없이 깨끗하지만 지금과 같은 기쁨을, 온기를, 행복을, 책임감을 느끼지 못했을 것이다.

한 달 동안 힘들었다. 동생과 교대로 뚜이를 돌보느라 자유 시간을 거의 갖지 못했고, 기상 시간이 전보다 2시간이 빨라졌고, 무언가를 집중해서 할 수도 없었다. 잠도 푹 자지 못했고, 혼자 생각하는 시간도 갖지 못했다. 뚜이와 놀아주느라 지칠 때도 있고, 감시하느라 피곤할 때도 있었다. 하지만 그 모든 것은 내가 당연히 겪어야 할, 책임져야 할 일이었고, 일이다. 내가 뚜이를 데려왔고, 키우기로 결심했고, 이미 마음을 줬으니까. 뚜이 덕분에 행복하고 즐겁다면 뚜이 때문에 힘들고 괴로운 것도 당연하다. 그런데 행복하고 즐거운 것만 생각하고 데려다 키우다가 버리는 사람들을 생각하면 참 안타깝다.

반드시, 반드시 동물을 키우기 전에 알았으면 좋겠다. 결코 쉽지 않은 일임을. 아니 무엇보다 어려운 일임을. 그 책임감이 결코 가볍지 않음을. 그 무게를 이길 자신이 없다면 결코 키워서는 안 된다. 길 위의 생명들로 만들거나 보호소에 갇혀 지낼 아이들을 만들어선 안 된다. 키워보니 더욱 그 하나하나의 존재가 얼마나 크고 사랑스럽고 의미가 있는지 절실히 느껴진다. 적어도 인간이 그들을 버려서 그들이 불행해지는 일만큼은 없었으면 좋겠다.

내가 보면 나를 바라보는 뚜이의 얼굴이 너무 사랑스럽다. 자려고 누우면 나의 살이 닿는 곳으로 슬그머니 들어와 누울 때 너무 사랑스럽다. 아침에 일어나 나를 사냥감처럼 숨어서 쳐다볼 때 너무 사랑스럽다. 동글동글 귀여운 똥을 싸고 모래로 덮어놓을 때 너무 사랑스럽다. 언제까지나 뚜이는 나의 사랑스러운 뚜이로 함께 시간을 쌓아갈 것이다. 그 아이가 나를 떠날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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