뚜이가 드디어 싱크대에 올라가기 시작했다. 매일 올려다보기만 했는데 몇 개의 가구를 계단 삼아 올라가기 시작하더니 이제는 한 번에 올라간다. 싱크대를 급하게 청소해야 했다. 뚜이 때문에 집이 점점 깨끗해진다.
가장 좋아하는 곳은 설거지하는 개수대. 음식이 조금씩 묻어 있기도 하고 미처 설거지하지 못한 그릇들이 있을 때도 있어 못 들어가게 하는데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물을 세게 틀어도 조금 놀랄 뿐 포기하지 않는다. 나중에 여기서 목욕을 시켜도 되겠다 싶을 정도로 물에도 물러서지 않는다.
얼마나 편하게 생각하는지 잠시 다른 일을 하고 돌아오니 그 안에서 꾸벅꾸벅 졸고 있는 뚜이. 고양이는 따뜻하고 푹신한 곳을 좋아한다고 하지 않았던가. 이 녀석은 차갑고 딱딱한 곳에 앉아서 왜 이렇게 졸고 있는 건지. 좋은 장난감을 사다 줘도 쓰레기를 가지고 논다는 다른 고양이 집사들의 말에는 엄청 공감했는데 따뜻하고 푹신한 곳을 마다하고 이러고 있는 고양이는 보지도 못했고 이해도 가지 않는다. 참 알 수 없는 고양이의 마음. 그래도 이렇게 좋아하니 내버려 두는 수밖에.
본격적인 싱크대 탐험. 요리조리 살피고 이것저것 냄새 맡고. 호기심 하나는 세계 최고인 것 같은 뚜이. 이러다가 전기 포트 스팀에 혼쭐이 나기도 했다. 나는 심장을 쓸어내렸고......
고양이 다운 짓도 한다. 창가에 올라서서 바깥 구경을 한다. 저렇게만 있어준다면 걱정이 없을 텐데. 음식을 할 때도 자꾸 올라오려고 해서 걱정이 된다. 가스 불, 음식, 날카로운 도구들 등등 신경 쓰이는 게 한두 개가 아닌데. 음식 하나 편안하게 만들지 못하게 하는 뚜이에게 화가 나다가도 이 아이로선 이게 당연한 건데, 내가 사사건건 다 못 하게 하니 얼마나 스트레스일까 싶어 미안해지기도 한다. 그리고 고민하게 된다. 이것보다 더 재밌는 게 뭘까. 이것만큼 이 아이에게 신기하고 재밌는 것들이 뭘까.
자꾸 이것저것 못 만지게 하고 가로막으니 짜증스럽게 야옹거리는 뚜이. 나도 힘들단다 얘야.
고양이를 키운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다른 이들보다 좀 더 예민한 나여서 더욱 그럴 수도 있지만. 고양이라는 동물은 강아지보다 훨씬 사람과 함께 살기 힘든 특성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야행성인 것도, 높은 곳을 자유롭게 오르락내리락 하는 것도, 손톱과 이빨이 날카로운 것도, 목욕을 싫어하는 것도. 특히 뚜이는 호기심이 많고 겁이 없어 혹은 겁이 너무 많아 손도 눈길도 많이 간다. 아직 어려서 더욱 그런 것 같다. 그래도 조금 크면 내가 걱정하고 고민하는 부분들은 자연스레 해결될 것이다. 그리고 서로에게 길들여져 좀 더 비슷한 패턴을 갖게 되겠지. 그때까지 솔직히 마냥 좋다고만은 할 수 없다. 아니, 사실 많이 힘들다.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이 많다. 아마, 이 시기에 가장 많이 강아지든 고양이든 다른 곳에 보내거나 버리는 사람이 많을 거라 추측이 된다. 생각했던 것과는 많이 다르니까. 그게 참 안타깝다.
뚜이는 정말 사랑스러운 고양이다. 사람들이 부러워하는 무릎냥이고, 늘 내 곁에 머물러준다. 그냥 얼굴만 바라보고 있어도 절로 미소가 지어지고, 뚜이의 온기가 너무 따뜻하고 좋다. 그래서 힘들다가도 순식간에 그 감정은 사라진다. 힘들었다가 사랑스러웠다가, 이 과정이 반복되지만 결코 쌓이지 않는다. 많은 것들을 인정하게 됐고, 이해하게 됐으니까. 같은 인간끼리도 소통이 안 되고, 맞지 않는 부분들이 수두룩한데 아예 종이 다른 동물과는 더더욱 그렇지 않겠는가. 그렇게 생각한 덕분에 뚜이에 대해 이해의 폭이 넓어졌고, 화를 내는 횟수도 적어졌다. 다만 걱정스러운 부분은 여전하다. 다치진 않을까, 위험하진 않을까 하는 걱정들.
지금의 천방지축 뚜이의 모습이 그저 찰나처럼 빠르게 지나갈 거라는 사실도 나를 좀 더 너그러워지게 만들었다. 좀 더 나이가 들면 이런 발랄한 모습들이 점점 줄어들 테니까. 언젠가 그리운 모습일지도.
오늘 펫샵에 들러 뚜이의 장난감들을 샀다. 좀 더 많이 놀아줘야지. 좀 더 즐겁게 해줘야지. 좀 더 행복하게 해줘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