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십 년을 겪어도 다 어길 것을 알면서도 적어놓고 다시 들여다보지 않을 걸 알면서도 새해 다짐을 적는다. 매년 똑같은 걸 적을 거면서 골똘히 생각해가며. 올해도 새 다이어리에 새해 다짐을 적었다. 그래도 양심은 있어서 아주 단호하게 지킬 것이라고 쓰지는 않았다. 지켰으면 하는 것으로 절충했다. 나도 참 웃긴다.
첫 번째가 책 즐겁게 읽기였고, 두 번째가 저축하기였다. 독립을 하고 싶은 마음이 점점 강해지는데 현실은 그냥 지금에 만족하라고 하니 불만족은 더욱 커지고. 그래서 일단은 돈을 모아보기로 했다. 뭐라도 해보자 하고. 김생민의 <영수증>도 한몫했다. 그에 이어 쓴 다짐이 가계부 쓰기가 된 것도.
세 번째가 건강에 관한 다짐들이었다. 야식 줄이기, 운동하기, 물 자주 마시기. 이렇게 써놓고 보면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닌 것 같은데 왜 매번 다짐을 해야만 하는 걸까. 더 웃긴 건 운동하기 옆에 괄호를 치고 ‘간단한 스트레칭이라도’라고 써놨다는 것이다. 나의 의지력을 내가 너무 잘 알고 있다. 운동에 대해서는.
마지막이 새로운 것 2개 이상 도전해보기이다. 새로운 것에 대한 호기심이 많은 것 같으면서도 두려움도 크게 느끼는 나. 새로운 장소, 새로운 사람 등에 대해서는 두려움 혹은 귀찮음을 느끼고 새로운 물건, 새로운 책, 새로운 일에 대해선 호기심을 강하게 느낀다. 새로운 물건, 새로운 책은 이미 너무 많은 호기심으로 인해 충족이 되었으니 새로운 일에 도전해보고 싶다. 무엇이 됐든. 천천히 생각해보고 많은 것들에 관심을 가져봐야겠다. 새로운 것들은 사람을 젊게 만드는 것 같다. 이제 젊음에, 정신적인 젊음에 관심이 많이 간다.
점점 구체적인 새해 다짐은 사라져간다. 스스로에게 부담이니까. 그저 어떤 식으로, 어떤 방향으로 살아야겠다 정도만 정하게 된다. 그저 방향을 잃지 않기 위해서. 어쩌면 나의 무의식 속에서 큰 다짐들은 이미 늦었다고 생각하고 있을지도. 선택과 집중을 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너무 많은 것들을 잘하려 하지 않고 그저 내가 좋아하고 해왔던 것들을 좀 더 잘해보자 정도?
그래도 새해 다짐을 적는 행위 자체는 좀 설렜다. 새 다이어리에 직접 손으로 눌러 쓰니 몸에서 좋은 에너지가 생성되는 것 같았달까. 기분 좋은 에너지. 2018년도 한 해 동안 그 에너지가 계속 유지되어주길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