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목소리와 뚜이

by Ann


뚜이는 아직 내 방에서 잠을 잔다. 지금쯤이면 혼자 마루에서 재워도 될 것 같은데 그게 잘 안 된다. 겨울이라 마루가 춥기도 하고 무릎이나 사람에 기대어 혹은 인기척이 있는 곳에서 자는 것을 좋아하는 것 같아 혼자 두려니 아직 마음이 좀 불편하다. 그런데 점점 이제 때가 온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나도 뚜이도 서로 잠을 설치는 것 같아서.

일단 쉽게 잠들지 않는다. 나는 자야 할 시간인데 뚜이는 놀아야 할 시간인 경우가 많다. 더 어렸을 땐 워낙 잠이 많아서 낮이든 밤이든 내가 잘 때 금방 잠이 들곤 했는데 이젠 아니다. 혼자 만의 패턴이 뚜렷해졌다. 그렇다 보니 거의 뚜이를 억지로 재우는 꼴이 되는 것이다. 또 재울 때까지 나도 녹초가 된다. 무시하고 자려니 이리저리 뛰어다니고 이불과 책들을 다 물어뜯고. 계속 일어나서 뚜이가 잠이 올 때까지 놀아주거나 기다려야 한다. 잠들기 직전 가장 발광이 심하다. 에휴.

그렇게 여느 때와 다름없이 뚜이와 씨름을 하다가 지쳐 누워 가만히, 차분하게 뚜이의 이름을 불렀다. 뚜이는 한시도 가만히 있지 않고 내 침대 위에서 이불을 뜯으며 뛰어다니고 있었다. 그냥 듣든지 말든지 뚜이의 이름을 부르며 혼자 구시렁 구시렁거렸다. 뚜이가 우리 집에 온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부터 침대에서 매일 해주던 것처럼.

“뚜이야, 오늘 하루 잘 보냈어?”로 시작하는 얘기들을 구구절절. 그러자 갑자기 발광을 하던 뚜이가 점점 차분해지기 시작했다. 이리저리 뛰어다니던 애가 그 자리에 자리를 잡고 앉더니 거친 숨을 한 번 몰아쉬고 눈을 꿈뻑거렸다. 그래도 여전히 흥분을 감추지 못하는 꼬리를 몇 번 잡다가 이내 그루밍을 하기 시작했다. 그루밍은 잠들기 직전에 뚜이가 늘 하는 행동이다. 신기했다. 우연일까? 그게 우연일지 어떨지 궁금해서 그 이후 그렇게 통제가 되지 않을 때 해봤는데 다 비슷한 반응을 보였다. 단 한밤중에 나와 방에 단둘이 있을 때만 가능했다.

뚜이는 어릴 때 편안한 상태에서 들려오던 내 목소리를 기억하는 것일까? 아니면 내 목소리 톤이 자장가처럼 느껴지는 것일까? 가끔 책을 읽어줘도 비슷한 반응을 보일 때가 있었기 때문에 내 목소리와 관련이 있는 것 같기도 했다. 아니면 둘 다이거나.

결국 차분해진 뚜이는 눈을 꿈뻑거리다가 어김없이 내 등에 자신의 등을 맞대고 잠이 들었다. 따뜻했다. 고양이의 체온이 이렇게도 높았던가. 생각해보니 뚜이가 곁에서 잠을 잔 이후로 잠이 오지 않아 고생했던 적은 없었던 것 같다. 그 따뜻한 온기 때문일까.

봄이 되어 날이 좀 따뜻해지면 뚜이를 혼자 재울 생각인데 그땐 뚜이가 아니라 내가 걱정이다. 그 온기를 잊지 못하고 잠들지 못 할까봐 . 물론 여름이 되면 그 생각이 싹 사라지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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