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개월 고양이가 된 뚜이. 인간의 인생에선 그리 길지 않은 시간이지만 뚜이에겐 엄청난 변화들이 몰려온 기간 4개월. 사람 나이로 치면 6세 정도 된다고 한다. 유치원생 뚜이.
그동안 정말 큰 변화들이 있었다. 뚜이는 3번의 접종을 모두 마쳤다. 첫 번째 접종은 너무 아가여서 뭣도 모르고 지나갔고, 두 번째는 병원에 대한 기억이 심어졌는지 무척 심하게 몸부림치고 울부짖었다. 마지막 접종 때는 우리가 최대한 뚜이의 스트레스를 덜어주기 위해 미리 손톱도 깎이고, 좋아하는 이불도 가지고 가 생각보다 금방 마칠 수 있었다. 물론 하악질은 멈추지 않았지만. 벌써 그렇게 세 번째 접종을 마쳤다는 게 믿어지지가 않는다. 뚜이의 성장을 지켜보며 나의 세월이 흘러가는 것을 본다.
이제 뚜이는 마루에서 혼자 잔다. ‘언젠가 혼자 재워야지’하고 결심한 게 엊그제 같은데 자연스럽게 그렇게 되었다. 사실 다행이었다. 내가 억지로 마루에 내보내는 것은 마음이 약해 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뚜이가 알아서 그렇게 해주어서 한시름 놓은 것인지도 몰랐다. 다행인 것이었다. 다행인 것이었는데 내 마음은 쓸쓸해졌다. 이제 나의 등 뒤에 뚜이가 없다는 것이, 뚜이가 내 품을 벗어났다는 것이 쓸쓸했고 서운했다. 내 품 쏙 들어와 잠들던 뚜이가, 내 목에 감겨 자던 뚜이가 그리웠다. 이제 다시는 그럴 수 없는 것인가 보다 하고 얼마나 슬프던지...... 이제 더 이상 엄마에게 의지하지 않는 자식을 보는 심정이 이럴까 싶기도 했다. 하지만 어쨌든 잘 된 일이었다. 내 침대는 좁고, 뚜이는 점점 커지니까.
뚜이가 첫 번째 ‘생리’ 비슷한 걸 시작한 것 같다. 진짜 암컷이 되어가는 과정이 시작된 것이랄까. 어느 날 가장 낯을 가리던 아빠에게 그윽한 눈빛을 보내는 뚜이를 발견하곤 우리 가족 모두 놀라 호들갑을 떨었었다. 어머 쟤가 왜 저러지 갑자기? 신기하네. 처음엔 그 모습이 귀엽고 신기해서 웃으면서 보았는데 가만히 보니 뚜이의 엉덩이가 좀 이상했다. 들썩들썩 거린다고 해야 하나. 뭔가 감이 오는 것 같았다. 혹시 발정? 그런데 내가 익히 알고 있는 발정이란 괴로울 정도의 울음소리와 몸부림이 동반되는 것이었는데 이건 그게 아니었다. 단지 아빠를 그윽하게 바라보고 평소 아빠에게 먼저 잘 다가가지 않던 뚜이가 자꾸만 다가가고 안겨 엉덩이를 들썩거리는 정도였다. 아빠가 우리 집 유일한 남자인데 그걸 어찌 알고 저렇게 교태를 부리는 것인가. 나중에 살짝 보니 아빠의 팔에 알 수 없는 투명한 액체가 소량 묻어 있었다. 그다음 날 내 품에서도 한 번 그랬고 내 팔에도 똑같은 액체가 묻어 있었다. 나는 이게 생리와 비슷한 것일까? 생각했다. 이제 우리 뚜이도 새끼를 가질 수 있는 몸 상태가 되어가는구나 짐작했다.
그런 행동과 동반된 것이 밤에 잠을 잘 자지 않고 앙탈을 부리듯이 혹은 칭얼거리듯이 우는 것이었다. 우리 식구들은 이게 발정인지 아닌지 헷갈리기 시작했다. 한 번 이런 일을 겪고 3차 접종 때 의사 선생님께 여쭤보니 발정은 아니라고 했다. 발정은 누가 봐도 발정이라는 걸 알 정도의 행동을 보인다고. 발정은 아니라는 얘기에 우린 좀 안심했다. 아직 중성화 수술할 시기도 되지 않았는데 발정이 오면 큰일이었다. 발정이 오기 전에, 뚜이가 고통을 겪기 전에 수술을 시켜주고 싶었으니까. 우리는 3월 정도에 수술을 시키기로 선생님과 얘기를 했다.
처음 그런 일이 있고 얼마 전 두 번째 똑같은 행동을 뚜이가 보였다. 하지만 이틀 정도 그러더니 그냥 지나갔다. 밤에 잠을 안 자고 칭얼거리는 건 초저녁에 잠을 재우지 않는 걸로 해결을 했다. 뚜이는 보통 8시에서 10시쯤 잠을 자곤 했는데 그러면 새벽에 잠을 안 자고 울고 돌아다니는 통에 우리 가족은 모두 잠을 푹 잘 수가 없었다. 왜 이럴까 걱정을 했는데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저녁에 잠을 재우지 않고 지칠 때까지 놀아주니 새벽에 깨 돌아다니거나 울지 않았다. 그동안 내가 너무 못 놀아줬구나 싶어 미안했다.
4개월을 뚜이와 함께 지내보니 뚜이는 겁이 많고 그래서 경계심이 강하고 잘 놀라는 아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어쩜 그렇게 주인의 성격과 똑 닮았는지. 내가 조금 더 편안해지면 우리 뚜이도 날 닮아 점점 편안하고 평온한 고양이가 되지 않을까 희망을 가져본다.
가끔 집안에 가만히 앉아 있는 뚜이를 보면서 ‘저 아이는 이 좁은 집 안에서 행복할까? 너무 심심하지 않을까? 무슨 낙으로 살까?’ 하는 생각을 한다. 그러면 그 속을 알지도 못하면서 괜히 측은해진다. 나 홀로 생김새도 다르고 냄새도 다르고 소리도 다른 동물들과 살아가는 게 많이 외롭지는 않을까. 더 많이 놀아주고, 더 많이 배려해야겠다는 다짐을 했다.
4개월 동안 큰일 없이 잘 지내와서 참 다행이다. 이제 가장 큰 관문인 중성화 수술이 남았다. 수컷과 달리 수술이 조금 더 복잡하고, 뚜이가 병원만 가면 생난리를 쳐 걱정이 된다. 이것만 잘 마친다면 당분간 걱정할 일은 없을 것 같은데. 슬기는 벌써 뚜이의 넥카라와 수술복을 만든다고 열심히 준비 중이다.
초보 집사의 4개월은 천당과 지옥을 오가는 것 같은 나날들이었다. 그치만 앞으로는 좀 더 익숙해지고 뚜이도 더욱 편안하게 적응을 해 함께 살아가기 더 좋은 환경이 될 거라고 믿는다. 지금도 많은 것들이 나아지고 있다. 너무 빨리 어른이 되어가는 것 같아 서운할 정도로 좀 더 얌전해지고 무는 습관도 많이 없어지고 혼자 캣타워에 앉아 시간을 보내기도 하고, 내가 하는 일을 방해하는 짓도 줄어들었다. 뚜이도 나름대로 함께 살기 위해 노력중인 것이다.
고양이를 키우면서 인내, 배려, 희생 등을 배운다. 또 조건 없이 누군가에게 사랑과 관심과 노력을 쏟아붓는 것에 대해서도.
뚜이의 잠 시리즈
잘 때가 아니면 하도 움직여서 초점이 맞는 사진을 찍기가 힘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