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야 알겠다. 불안은 늘 내 안 어딘가에 잠복해있다가 내가 조금이라도 느슨해지면 산책 가듯이 유유히 나타난다는 것을. 내 안을 슬금슬금 돌아다닌다는 것을. 나는 불안한 사람이라는 것을.
나는 조금씩 그것을 느끼면서도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나는 밝은 사람이라고, 긍정적인 사람이라고 막연히 치부하고 살았다. 그것이 마음 편할 줄 알았다. 모두가 나를 그렇게 보는 게 싫지 않았다. 그런데 점점 그 반대가 되어간다. 그렇게 생각할수록 나는 힘들었다. 나는 밝지 않고 긍정적이지 않다. 그게 변한 건지 원래 그런 사람이었는지는 모르겠다.
한 가지 분명한 건 난 노력하지 않으면 바로 불안에게 잡아먹힌다는 것이다. 언제부턴가 그렇게 되었다. 이것이 나이의 무게일까. 어릴 때 몰랐던 삶의 무게일까. 그럴지도 모르겠다. 책임져야 하는 일, 감당해야 하는 일이 점점 커지고 그 대가도 따라서 커졌다. 좋은 쪽으로든 나쁜 쪽으로든. 내가 노력하지 않은 결과로 집도 절도 없이 쫄쫄 굶을 수도 있는 그런 나이. 부모님이 떠나고 나면 온전히 나 스스로 나의 생을 이어나가야 하는 나이.
그런데 단지 그것 때문일까. 내 안의 불안에게 먹이를 주는 것이. 잘 모르겠다. 왜 맥없이 불안이 갑자기 커져버리는지. 따져보면 그럴 이유가 없는데. 당장 굶어 죽을 일 없고, 당장 노숙을 해야 할 상황도 아닌데. 사실 굉장한 행복과 행운을 지니고 누리고 있는 사람임에 틀림없는데 말이다.
부모님 건강하시고, 나와 사랑하는 내 동생도 건강하고, 귀여운 뚜이도 건강하고. 존재만으로도 나를 채워주는 친구들, 사람들이 있고,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고, 나로 인해 그들이 조금이나마 행복해하고, 언제든 마음만 먹으면 좋아하는 책도 읽을 수 있는데.
나를 방치하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불안과의 싸움. 그래서 나는 글을 써야 한다. 그 마음을 글에 쏟아부어야 한다. 귀찮다는 이유로 바쁘다는 이유로 글을 쓰지 않으면 나는 나를 돌아보지, 돌보지 못한다. 그런 것 같다. 그래서 결국 나는 또 이렇게 글을 쓴다. 나를 담은 글. 남을 위한 글이 아닌.
맞다. 내가 글을 쓰기 시작한 건 나를 달래고 나를 다독이고 나를 살게 하기 위해서였다. 아주 어릴 때부터. 물론 그런 글들은 정돈되지 않고 감정의 쓰레기 통과 같은 누구에게도 보여줄 수 없는 글이었지만 그게 시작이었다. 쓰지 않으면 안 되는 운명이 된 것이. 결국 인간은 자기 자신과 살아가는 것이다. 자기 자신을 스스로 달래고, 다독이고, 꾸짖고, 북돋고. 그 방법이 나에게는 글쓰기인 것 같다. 결국 인간은 외롭고 고독하다.
이렇게 정리하지 않으면 왜 나는 종종 현재 나의 상황이 엉망진창이라고 생각하는 것일까. 엉터리라고 나 스스로를 한심하게 생각하는 것일까. 왜 나 스스로가 나를 방치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나는 나를 너무 과대평가하고 있는 것일까.
지긋지긋한 말이지만 나를 위해, 내 안에서 나를 차지하고 있는 불안을 제자리로 돌려놓기 위해서, 나의 생각에 맑은 공기를 불어 넣어주기 위해서 다시 무언가를 해야겠다. 힘들고 귀찮지만 해야 하는 일들을 외면하지 말아야겠다. 무너지고 말 다짐들을 다시 한 번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