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안해, 잘 가...

by Ann



나의 고양이 뚜이




뚜이를 키우고 난 후 나의 인스타그램 피드는 온통 고양이 사진들이다. 고양이에 대한 정보도 얻고, 뚜이와 비슷한 또래의 고양이를 키우는 집사들과 소통도 한다. 모두 귀엽고 행복한 모습들이다.

고양이 관련된 계정들을 팔로우하고 좋아요를 누르다 보니 랜덤으로 다른 고양이 관련 계정들이 자주 뜬다. 그중 자주 눈에 띄는 계정들이 있었는데 바로 길고양이들을 구조하고 보호하는 사람들의 계정이다. 그들의 피드는 아프고 외로워 보이는 고양이들의 사진으로 가득하다. 한 장, 한 장 볼 때마다 가슴이 내려앉고 눈물이 차올라 괴로워지는 사진들이다. ‘도와주세요, 건강해지길 빌어주세요, 응원해주세요’와 같은 글과 함께.

처음에 그런 계정들을 의도적으로 피했다. 보고 나면 마음이 너무 안 좋으니까. 그들의 아파하는 모습의 잔상이 좀처럼 나를 떠나지 않아 괴로우니까. 한 번은 임시 보호 중이던 아주 작은 새끼 고양이를 지켜보던 중에 무지개다리를 떠났다는 소식을 접하게 되었는데 가만히 자는 듯이 누워있던 그 아이의 모습이 한동안 나를 붙잡고 떠나질 않아 괴로워하기도 했다.

피하려고 해도 의도치 않게 비슷한 계정들이 계속 노출이 되면서 나도 조금씩 익숙해지기 시작했다. 볼 때마다 가슴이 아프고 괴로운 건 똑같지만 피하지 않게 된 것이다. 그들의 사연을 조금 더 자세히 들여다보게 되었다. 작디작은 생명이지만 그들을 살리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이들의 사연, 그들을 응원하고 후원하는 사람들의 댓글들을 보고 또 보니 나에게도 조금씩 용기가 생겨났다. 그들을 지켜볼, 질끈 눈 감지 않고 바라볼 용기가.

다치고 아파 처참한 몰골의 고양이들이 내 마음을 찢어지는 듯 고통스럽게 했지만 그 고양이와 고양이를 돌보는 이에게 용기를 주고 싶었다. 그리고 용기 없는 나를 대신해 너무나도 용기 있고 숭고한 일을 하는 그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표현하고 싶었다. 그들이라고 마음이 왜 안 아프겠는가, 왜 괴롭지 않겠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구조하고 보호하고 치료하고 어쩔 수없이 이 세상을 떠나야만 하는 생명들의 마지막 가는 길을 지켜주고 있었다.

뚜이를 키우면서 하나의 생명이 얼마나 무겁고 거대한지 깨달아가고 있다. 초롱초롱한 눈, 귀여운 음성, 두툼한 발이 살아 움직인다. 나를 바라보고, 나를 향해 소리 내고, 나에게로 걸어온다. 그렇게 생생하게 하나의 삶이 살아 움직인다. 이런 삶이 너무나도 허망하게 죽어가는, 사라져가는 걸 보고 있으면 안타까워서, 괴로워서 어찌할 바를 모르겠다. 하지만 그저 괴로워만 하고 있는 것은 그들에게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걸 알았다. 아주 조금씩만 용기를 내어 그들을 지켜보는 것, 그들에게 관심을 두는 것이 단 하나의 생명이라도 살리는 길이라는 걸 알았다.

최근 내가 관심을 두고 응원하던 ‘미로’라는 턱시도 고양이가 있었다. 길 고양이를 그리고 찍고 구조하는 분의 계정을 통해 알게 되었다. 평소 그분이 잘 알던 길 고양이었던 것 같은데 한동안 보이지 않다가 교통사고를 당했는지 처참한 몰골이 되어 나타났다고 한다. 바로 구조해 병원으로 데려가 치료를 했지만 미로는 좀처럼 기운을 차리지 못 했다. 나는 시간이 될 때마다 들어가 미로의 상태를 확인했다. 구조자 님이 미로의 상태를 지속적으로 업데이트해주었다. 나는 열심히 응원하고 기도했다. 미로야, 제발 힘을 내어줘. 제발 너에게 주어진 삶을 살아내어 줘. 괴로워하는 모습을 보는 것이 힘들었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며 기도했다.

몇 번의 고비를 잘 넘기는가 싶더니 결국 오늘 미로는 고통을 끝내고 이 세상을 떠났다. 나는 사람들 가득한 카페에서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그리고 마음을 겨우 추슬러 이 글을 쓰게 되었다. 구조자 님은 울면서 미로의 이마에 입을 맞췄다. 잘 가라고 인사했다. 미로는 너무 고통스러운 삶이었지만 그래도 마지막 가는 길에 혼자는 아니었다. 그나마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소리 소문도 없이 길 위에서 혼자 외롭게 죽어가는 수많은 고양이들에 비하면......

내가 발견하지 못했다면 길 위에서 얼어 죽었을지 모를 뚜이가 거실을 활보하며 신나게 뛰어다니는 걸 보고 있으면 이 세상을 떠난 그 생명들도 이렇게 예쁘게 주어진 자신들의 삶을 살아갈 아이들이었을 텐데 하는 생각에 너무나도 안타깝고 슬퍼진다. 미로의 삶도 길진 않았지만 그렇게 간단하게 끝이 나지는 않았다. 고비를 넘기고 또 넘기며 살려고 노력했다. 과연 이런 그들의 의지와 삶이 인간의 삶, 생에 비해 하찮다고 그 누가 말할 수 있을까. 결코 비교할 수 없는 삶과 생이다.

다시 한 번 길 고양이들을 구조하고, 보호하고, 치료하고, 보살피는 분들에게 감사와 존경을 표한다. 나 같은 사람은 감히 흉내도 내지 못할 용기와 희생이다. 결코 익숙해지지 않는 슬픔을 견뎌내는 숭고한 일을 하시는 분들이다. 아직 나 같은 사람은 용기 내지 못해 전면에 나서 돕지 못하고 있지만 지금 이런 나의 상태에서 할 수 있는 일들은 무엇이든 하고 싶다. 일단 피하지 않는 것부터 연습 중이다. 자꾸 보고 자꾸 관심을 갖다보면 나에게도 조금씩 용기가 쌓이지 않을까 싶다. 그들을 돕고 싶다는 강한 열망이 그 용기를 만들어주지 않을까 간절히 바라본다.

최근 한국 고양이 보호 협회 입양센터가 문을 열었다.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시설이나 환경이 좋아 보였다. 이런 공간이 생겨서 너무나도 기쁘다. 이런 시설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 동물도 인간도 함께 행복할 수 있는 길이 좀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 그러기 위해선 꾸준히 관심을 갖고 후원하는 것이 중요하다.

지금도 어디선가 힘없이 스러져갈 많은 생명들을 생각하니 마음이 아프다. 미안해, 잘 가렴. 고통 없는 곳에서 편히 쉬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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