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는다고 존재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보이지 않는 것들이 오히려 더욱 중요한 경우도 많이 있다. 그걸 잊을 때가 있고, 그걸 아예 모르는 사람들도 있다.
나도 그런 사람이었다. 내가 한 일, 내 눈에 보이는 것들만 생각하던 때. 내가 한 일에 대해서만 생각하고, 보이지 않는 것들은 그냥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때. 그런 때가 있었다. 하지만 아니었다. 내가 한 일이 있으면 내가 하지 않은 일이 있고, 내가 하지 않은 일은 내가 보지 않을 때 다른 이들이 한 일이었다. 내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 덕분에 나는 지금 이렇게 당연한 것처럼 편안하게 삶을 살고 있는 것이었다.
그것을 깨닫고 난 후 가끔 억울한 생각이 들 때 내가 하지 않은 일들에 대해 생각한다. 내가 하지 않은 일들을 찾아낸다. 누군가는 했고, 나는 하지 않은 일들. 그런 것들이 나에게 겸손을 가르쳐준다. '네가 한 일이 전부가 아니야. 네가 한 일만이 대단한 일이 아니야.'
누군가를 비난하기 전에, 누군가에게 서운해하기 전에 내가 하지 않은 것들을 생각한다. 나 대신 그들이 했을 일들을 떠올린다. 내 눈에 보이지 않았던 것들을 떠올린다. 그러면 괜히 미안해진다. 서운함이 조금 가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