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오후

by Ann


얼그레이와 로즈 플라워를 각각 2:1 비율로 블렌딩을 했다. 로즈 플라워 향이 강하다. 방금 로즈 향의 향수를 뿌린 것처럼 강하게 내 코를 자극했다. 거기에 얼그레이 향이 더해져 더욱 깊어진 듯. 뜨거운 물을 붓고 3분을 기다렸다가 컵 뚜껑을 열었다. 훨씬 더 강해진 향. 정신이 번쩍 든다. 커피와는 또 다른 각성.



날이 덥지만 티 블렌딩을 할 땐 뜨거운 채로 호로록 마신다. 아직 배우는 단계니까 그 맛을 온전히 기억해야 하니까. 호호 불며 한 모금 마셨다. 향과는 다른 맛. 커피든 차든 향과 늘 반전의 맛을 보여준다. 커피는 참기름처럼 고소할 것 같지만 쓰고, 차는 달콤할 것 같지만 달콤한 맛 외의 다른 다양한 맛들을 낸다. 얼그레이와 로즈 플라워를 블렌딩한 티는 얼그레이의 쓴맛이 로즈 플라워가 잡아줘서인지 쓰지 않고 달다. 설탕의 단 맛이 아닌 쌀을 오래 씹었을 때 느끼는 그런 단맛. 아, 맛 표현하는 것이 참 어렵다.






거름망을 컵 뚜껑 위에 올려놓으니 계속 향이 나에게 달려들었다. 아, 좋다. 방향제가 따로 없구나. 모양도 참 예쁘다. 로즈 플라워의 핑크빛과 얼그레이의 갈색빛이 어우러져 보기에도 예쁘고 향도 좋고. 커피 마실 때와는 또 다른 재미다. 눈으로도 마신다.



몇 번을 홀짝거리다가 심심해서 책을 펼쳤다. 요조의 <오늘도, 무사>. 이 책을 보면서 나는 내 얘기를 어떻게 해볼까 고민한다. 읽으면서 쓰는 중. 그러다 또 차 한 모금 마시고 옆에 있는 거름망을 들어 코로 향을 맡는다. 다시 책으로 돌아간다. 그렇게 나의 오후가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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