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전, 늘 그렇듯이 휴대폰을 켜서 실시간 검색어를 확인했다. 나에게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는 오히려 수면에 방해가 되는 일임에도 불구하고 밤마다 빼놓지 않고 이 짓을 한다. 하루 종일 친구들과 노느라 인터넷을 보지 못 했던 나는 생소한 검색어들을 죽 훑어보았다. '파리'라는 검색어는 다시금 나를 숙연하게 만들었다.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이야 도대체...
조금은 무거워진 마음으로 나머지 검색어를 보다가 '광화문'이라는 단어를 손가락 끝으로 터치했다. '광화문'이라는 단어는 평소 그렇게 좋은 느낌으로 다가오지 않는데... 느낌이 어째 쎄 했다. 광화문이라는 검색어를 누르자 보인 뉴스들의 제목은 역시나 안 좋은 예감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금방 알게 해줬다.
대부분 기사들의 내용은 이랬다.
광화문에서 역사 교과서 국정화 반대 시위가 있었고, 그것을 저지하는 경찰들과 충돌했다. 그 과정에서 한 시위 참여자가 경찰이 쏜 물대포에 맞아 위독한 상태이다.
사람이 다쳤다기에 줄줄이 이어져있는 기사들을 따라가면서 읽다가 관련 영상이 하나 있길래 클릭했다. 그 영상을 보고 난 후 난 진정되지 않는 심장 때문에 사그라들지 않는 두려움 때문에 잠을 이루지 못 했다. 영상을 클릭한 것을 후회했다. 보지 말 걸...
영상 안의 내용은 정말 무서웠다. 순식간에 사람 하나가 물대포를 맞고 날아서 바닥으로 떨어졌다. 떨어지는 순간 의식이 없어 보였다. 물대포는 계속 의식 없는 그 사람에게 향해 있었다. 두 사람이 쓰러진 남자에게 다가가자 물대포는 다가가는 그 남자들에게 향했다. 내가 본 영상은 딱 그 장면이었다. 앞뒤 상황은 나도 모르겠다. 정말 무서웠다. 사람이 한 장의 낙엽처럼 물대포를 맞고 날아가 바닥으로 떨어지는 그 장면이 순간 머리에 각인되어 떠나가지 않을 정도로 충격적이었다. 영화의 한 장면이 아니라 실제로 몇 시간 전에 일어난 일이라는 것이 그 두려움의 크기를 더욱 크게 만들었다.
나는 잘 모른다. 정치, 사회 분야에 큰 관심이 없다. 그저 내 자리에서 내 나름 열심히 살아갈 뿐이다. 그리고 습관적으로 포털 사이트 메인 기사 정도를 확인하고, 좋아하는 손석희 아저씨의 뉴스를 가끔 챙겨보는 정도다. 앞뒤 내용을 모르니 어떤 현상에 대해 찬성하지도 반대하지도 못 한다. 좋게 말하면 중립이고 나쁘게 말하면 무관심이다. 그런데 내가 본 그 영상은 이런 것들과는 전혀 상관이 없어 보였다. 아무것도 모르는 나 같은 무식쟁이가 봐도 분명 상식적으로 끔찍한 장면이었다. 프랑스 파리에서는 다른 나라 사람이 쳐들어와 다른 나라 사람에게 무차별적인 총격을 가했고, 사람들이 죽거나 다쳤다. 한국 서울에서는 우리나라 사람이 우리나라 사람에게 물대포를 쐈고, 사람이 다쳤다. 둘 다 너무나도 공포스러운 일임이 분명하다.
물대포를 가진, 차 위에 서 있던 사람이 손에 아무것도 쥔 것이 없는 약간 나이가 많아 보이는 남자에게, 사람에게 분명 치명적일 수밖에 없는 물대포를 얼굴에 대고 쏜 그 장면은, 그 장면 속 그 일에 속사정이란 것이 있을 수가 있을까. 뒤이어 올라오는 기사에는 불법 시위와 과잉 진압이란 단어가 서로 싸우고 있었다. 모든 것을 떠나 그냥 그런 일이 있으면 안 되는 것 아닐까. 그런 장면이 보여서는 안 되는 것 아닐까. 경찰과 시위자이기 전에 그들 모두 사람이다. 사람이 사람에게 적어도 그렇게까지는 하면 안 되는 것 아닐까. 그 어떤 명분으로 사람이 사람에게 그렇게 할 수 있을까. 물대포 한 방에 속절없이 쓰러진 사람에게, 또 그를 구하려는 사람들을 향해 계속해서 물대포를 쏘고 있던 그 사람들에게 정당한 이유란 게 있을 수 있을까.
물대포를 쏜 그 사람에게 분명 판단 착오가 있었다. 그것은 그 무엇으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정당화되는 사회라면 그렇게 이 일이 결론지어진다면 지극히 이기적이고 무관심해서 이래도 저래도 상관없던 나조차도 이 나라를 떠나고 싶을 것 같다. 정말 두렵고 슬픈 뉴스들이 가득한 요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