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Inside Wisdom

그녀가 사랑한 그녀

박연준 시인의 <밤은 길고, 괴롭습니다>를 읽고

by Ann

도서관에서 우연히 마주쳤다. 이 책이 도서관에 꽂혀있을 줄은 몰랐는데, 반가운 마음에 꺼냈다. 온라인 세상에서 자주 마주치던 책이었다. 하지만 박연준이라는 작가는 나에게 생소한 작가였다. <소란>이라는 책도 표지만 익숙했다.



나를 이끈 건 작가의 이름이 아니라 with Frida Kahlo라는 글씨 때문이었다. 이런 기획이 나에겐 무척 참신했다. 그림에 영감을 받은 시. 재밌는 기획이다.



박연준 시인은 마치 프리다 칼로의 대변인 같았다. 어떻게 이렇게까지 그녀의 속마음, 상처들을 온전히 이해하고 공감하고 있을까. 만약 프리다 칼로가 하늘에서 이 책을 보고 있다면 얼마나 고마운 마음이 들까 싶을 정도였다. 특히 그녀의 사랑으로 인한 고통에 누구보다 안타까워하고 있었다.



평소 시를 굉장히 어려워하는데 특정한 그림을 보고 쓴 시는 같은 것을 보고 있어서인지 이해하고 받아들이기가 훨씬 쉬웠다. 그림의 어떤 부분을 보고 이렇게 썼는지 유추가 가능하니까. 나는 상상력이 무척이나 부족한 사람인가 보다. 어떤 상황에서 그 시를 썼는지 알지 못하면 대부분 나는 시 안에서 방황한다. 자꾸만 그래서 뭐에 대해서 말하는 거죠? 묻는다.



그림들이 모두 나에게는 파격적이었다. 첫 번째 그림으로 나온 것이 <나의 탄생>이었다. 무척이나 기괴하게 느껴졌다. 사람의 다리 사이에 또 다른 사람의 얼굴. 피...... 평소 프리다 칼로라고 하면 화려한 색감만 떠올렸었는데 아, 이런 그림들이 그녀의 그림이었구나. 그 외에도 <단도로 몇 번 찌른 것뿐>이라는 그림도 무시무시했다. 침대 위에 칼로 찔린 채 누워 있는 피범벅이 된 나체의 여인.

카페에서 책을 보다가 움찔움찔거렸다.



이 책에 나오는 프리다 칼로의 그림들은 모두 고통이 느껴졌다. 신체적인 고통과 심적인 고통. 그 고통을 박연준 시인은 최대한 온전하게 느껴보려 하는 것 같았다. 진정으로 이 예술가를 사랑하는 것 같았다. 그녀가 이토록 사랑하는 이 예술가는 도대체 어떤 사람일까 굉장히 궁금해졌다.



그녀의 작품뿐만 아니라 프리다 칼로, 그녀의 삶 전체가 궁금해졌다. 나도 그녀의 고통스러운 작품에 참여해보고 싶어 졌다. 다음 독서는 프리다 칼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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