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들을 잔뜩 버렸다. 보풀이 심하게 생긴 니트들, 있는지도 몰랐던 옷들, 지금은 입을 엄두도 내지 못하는 짧은 미니스커트들, 슬기의 초기 작품들까지 싹. 하나하나 골라냄과 동시에 그 옷에 묻어 있는 추억들도 함께 떠올랐다. 하지만 멈칫하지 않았다. 좋은 추억이든 나쁜 추억이든 좋은 옷이든 나쁜 옷이든 잔뜩 쌓아만 둔다고 좋은 것은 아니니까. 비워줘야 또 새로운 ‘나’가 생기는 거니까.
낡은 스타킹들을 버렸다. 발가락에 구멍이 나거나 보풀이 생기거나 늘어난 스타킹들을 왜 난 버리지 못하고 이렇게 쌓아둔 것일까. 막상 신지도 않으면서. 신지 않으니까 신을 스타킹이 없어서 새로 사고 신지 않는 스타킹들은 버리지 않고 그렇게 쌓이고. 스타킹에 무슨 추억이 깃들어있을 리는 없고 그저 얼마 신지 못하고 버리는 게 아까워서 그랬던 모양이다.
화장품 브랜드 이벤트로 나눠준 파우치들도 버렸다. 형형색색 다양한 파우치들. 그런 파우치들이 너무 많아 파우치를 넣어두는 파우치들이 되어버렸다. 그런 것들을 하나씩 버렸다. 어찌나 다양한 브랜드의 화장품을 써왔는지. 그렇다고 좋아지는 피부가 아니었거늘......
지금은 내가 만든 파우치, 누군가가 정성스럽게 만들어준 파우치를 돌아가면서 쓰고 있으니 다른 것들은 다 필요 없었다. 더구나 화장품은 가지고 다니지를 않는다. 립스틱과 립밤 정도 달그락거리며 넣어가지고 다닌다.
하루에 하나씩 버리기를 실천하고 있다. 목표는 2019년 한 해 동안 365개의 물건 버리기. 중간에 다시 채워지는 물건들이 생기겠지만 일단 어떤 것에 강하게 집착하고 미련을 두는 일과 멀어지려 한다. 그런 연습을 해보려고 한다.
그럼 오늘은 뭘 버려볼까. 방을 뒤져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