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 정도가 되었나. 몸이 천근만근이다. 아침에 일어날 때마다 물 잔뜩 먹은 솜이 된 느낌으로 몸을 일으킨다. 중력의 힘이 이렇게 강력했던가 새삼 확인하면서.
조금 심할 땐 몸이 쑤시기까지 했는데 혹시 감기일까 싶어 잽싸게 감기약을 먹고 길게 잤더니 괜찮아졌다. 하지만 걸을 때마다 모래주머니를 달고 걷는 것처럼 무거운 느낌은 사라지지를 않는다. 그래서 모든 행동이 느려졌다.
옷을 입으려고 팔 한쪽 들어 올리는 것도 힘이 들어 아주 천천히, 한발 내딛는 것도 무겁고 무거워 아주 천천히. 밥을 입에 넣고도 괜히 천천히. 출근을 할 때도 아주 천천히 마치 노부부가 산책하듯이 걸었다. 첨엔 나 스스로가 답답해할 정도로. 그때 그 길에 해가 들어왔다. 따뜻했다. 더 천천히 걸었다. 그늘로 들어서는 것이 아쉬워서.
그렇게 아주 짧은 거리를 느린 걸음으로 걷다 보니 그동안 왜 그렇게도 빨리 걸어 다녔을까 싶었다. 매일 걷는 거리이다 보니 지루하기도 하고 그렇게 왔다 갔다 하는 시간이 무의미하다고 느끼기도 했다. 그렇다고 정말 빨리 걸어 다녔다. 원래 걸음도 느린 사람인데.
오늘도 출근길을 아주 천천히 누구보다 천천히 걸었고 점심 먹으러 집으로 갈 때도 천천히 걸어가다가 해가 든 곳을 발견해 그곳으로 돌아서 갔다. 왠지 집에 도착하는 것이 아쉬웠다. 그렇게도 지루하던 길인데.
하루에 만보를 걷겠다고 이리저리 한시도 쉬지 않고 움직이려던 내가 아직 구정도 맞이하지 못하고 전보다 훨씬 움직이지 않고 있다. 갑자기 헛웃음이 나온다. 이게 뭐 하는 건지. 그리 무리한 목표는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그마저도 지금은 못하는 상황이라니.
그래서 다시 목표를 하향 조정했다. 천천히 해보자고 나를 타일렀다. 조금 더 천천히 해보자고. 나는 그런 사람인가 보다고.
몸에 이상이 생긴 건 좋지 않은 신호이지만 잠깐 그 핑계로 모든 걸 살짝 내려놓고 쉬다 가련다. 뭐 그렇게 무언가를 열심히 한 것도 아니었지만 지금은 그래야 한다고 내 몸이 경고하고 있으니 분부를 따르는 수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