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라는 것도 참 많다

by Ann


얼마 전에 정말 재밌는 드라마 한 편을 보았다. 미국 드라마 <빅 리틀 라이즈>라는 작품인데 한국의 <스카이 캐슬>과 비슷한 면을 보이면서도 그것보다 100배는 재미있는 드라마였다.

​일단 배우들부터 쟁쟁해서 그들의 연기와 매력을 보는 것만으로도 흥미진진하다. 여전히 멋진 그녀들. 리즈 위더스푼, 니콜 키드먼. 각자에게 너무나도 잘 어울리는 역할을 맡았고 뛰어난 연기를 보여줬다.

​한마을에 살인 사건이 벌어지고 그 사건의 범인을 찾는 이야기지만 사실 범인이 누구인지 그다지 궁금해지지는 않는다. 이 드라마의 주인공인 세 여성의 삶이 어떻게 어디로 나아갈지 그게 더 궁금해진다. 미혼모, 재혼 가정, 가정 폭력 등의 아픔을 가진 세 여성의 인생이 어떻게 어디로 나아갈지.

​그렇게 이야기, 연출, 연기 모두 흥미진진하게 본 작품이다. 그 와중에 또 하나 들었던 생각이 있었는데 나도 저런 곳에서 살고 싶다 하는 생각이었다. 탁 트인 바다가 있고 눈앞에 걸리는 게 하나도 없는 푸르른 하늘을 볼 수 있고 그곳을 배경으로 둔 큰 카페가 있는 그런 곳. 그런 곳에 앉아 책을 읽고 글을 쓰면서 살고 싶다 정말로.

​나는 내가 이렇게 그런 삶을 원하고 있다는 것을 전혀 몰랐다. 그건 누구나 원하는 것이니까. 원한다고 다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니까. 내가 원하는 것은 누구나 원하지만 좀처럼 실행할 수 없는 일이니까. 특별한 사람들이나 살 수 있는 삶이니까. 그렇게 생각하며 미리 포기하고 산 덕분이었다.

​어릴 때부터 구름, 하늘, 햇살을 좋아했다. 쨍하게 푸르른 진정한 하늘색 배경에 몽글몽글한 하얀 구름이 떠있는 것을 보면 가슴이 설렜고 벅찼다. 가끔 나도 모르게 눈물이 차오르기도 했다. 핸드폰에 카메라가 장착된 이후로 하늘, 구름 사진을 참 많이도 찍었다.

​햇살을, 밝은 빛을 좋아해서 나는 늘 창가 자리에 앉기를 원했다. 창밖을 볼 수 있어서라기 보다 빛이, 따뜻함이 좋았다. 창가 쪽 얼굴이 뜨거워져도 꿋꿋이 버티고 앉아 있을 정도로 햇살이 좋았다. 모든 것들을 뽀송뽀송하게 해주는, 따뜻하게 해주는, 밝혀주는 햇살. 햇살이 가득한 사진, 영화, 어떤 장면을 보고 있으면 기분이 늘 좋아졌다. 그랬다. 맞네, 그랬었다.

​그런데 지금은 그 무엇도 즐길 수가 없어졌다. 공짜로 즐길 수 있는 것들이 사라졌다. 푸른 하늘은커녕 흐린 날의 회색 구름조차 볼 수가 없다. 벌써 일주일째 하늘을 보지 못했다. 뿌연 먼지에 가려져 버린 하늘. 날이 흐린 것인지 먼지에 가려진 것인지 알 수 없는 날씨에 전혀 느낄 수 없는 햇살의 따듯함. 이런 환경 때문일까, 내가 이토록 저 드라마의 배경을 보고 반한 것이. 더욱 저런 환경에서의 삶을 원하게 된 것이.

​빛이 쏟아지는 창문, 가로막힌 것이 없는 시야, 책상과 의자, 책장, 음향 기기 정도면 바랄 것 없는 공간. 그런 공간이 갖고 싶다. 물론 깊게, 세세한 것들까지 생각하고 고려하다 보면 이런저런 장애물들, 단점들도 보이겠지만 전엔 몰랐던 나의 새로운 욕구에 눈을 뜨게 된 건 맞다. 공간과 환경이 얼마나 사람에게 큰 영향을 주는지 이제야 생각해보게 된 것이다.

지금 당장 그런 공간을 구할 수도, 가질 수도 없다. 그래서 난 여행을 결심한다. 그런 곳을 찾아 하루 이틀이라도 머물러 보자고. 그렇게 조금씩 꿈꾸어 나가자고. 언젠가, 그 언젠가를 상상하며. 지금은 여행자로서.

​한 가지 아쉬운 건 이미 제주도 하늘까지 먼지로 뒤덮여버렸다는 것. 일단은 이 미세먼지가 사라지고 나서야 떠날 수가 있다. 미세먼지가 사람에게 끼치는 영향은, 아니 나에게 끼치는 영향을 꽤 크다. 인간들이 벌인 일들의 대가라고 생각하면 그냥 포기하게 되다가도 꽤 영향을 받는다는 걸 알고 나니 어떻게든 해결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크다. 하지만 단시간에 해결될 일이 아닌 것처럼 보여 답답하다. 일단 3월에 계획한 일본 여행에서 잠시 기분을 전환시켜 보는 걸로.

나의 또 하나의 ‘언젠가’에 속해 있는 <지혜의서재>의 공간도 그런 곳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어렵겠지만, 꿈꾸는 것만으로도 행복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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