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Inside Wisdom

괴물의 아이를 보고

따뜻한 겨울을 원한다면 이 영화를

by Ann


그 아이의 구멍 난 가슴을 채워주고 싶다는 쿠마테츠의 말에 그리고 그것을 위해 희생한 그의 행동에 목구멍이 콱 막혔고, 눈물이 터져 쏟아졌다. 내 뺨에 닿은 눈물이 따뜻했다.



이 영화는 내 눈물의 온도만큼 따뜻한 영화였다. 그리고 따뜻해지게 만드는 영화였다. 그래서 겨울에 개봉한 것일까? 온몸에 전기장판을 두른 것 같은 따뜻한 뭉클함을 느끼게 하다니.



디테일에 있어서는 사실 지브리의 애니메이션에 비해 많이 아쉬웠다. 물론 시간을 달리는 소녀에 비해서도. 주인공 큐타과 쿠마테츠 이외의 캐릭터가 힘 있게 솟아오르지 못하고 후반부 이치로 히코와의 위험한 대결도 동기부여가 부족하게 느껴졌다. 구멍 난 인간의 두 가슴에 균형이 안 맞는다고나 할까. 큐타와 쿠마테츠의 동료로 나오는 두 캐릭터도 너무 기능적인 역할만 하고 사라진다. 큐타와 쿠마테츠의 돈독한 관계가 형성되는 여러 에피소드들도 너무 뻔하게 느껴지며 억지스러운 갈등이 만들어내는 지루함도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를 보고 나면 손을 가슴에 얹게 되고 그곳에서부터 온기가 온몸에 번지게 된다. 뻥 뚫린 내 마음을 채워주고 싶어 했던 소중한 이들이 떠오르고 그들의 마음을 모두 내 마음속에 채워 넣은 것처럼 꽉 차게 된다.



그리고 내 마음으로 채워주고 싶은 구멍 난 마음을 가진 몇몇 사람들도 떠오른다. 그들의 마음을 쿠마테츠처럼, 활활 타오를 만큼 뜨겁게 채워주고 그들의 손목에 빨간 책갈피 팔찌를 채워주고 싶어 진다.



우리 모두 구멍 난 가슴을 안고 살아간다. 나는 누군가의 구멍 난 가슴을 바라보고 그 누군가는 나의 구멍 난 가슴을 바라보며 서로 채워준다면 조금 더 따뜻한 세상이 되지 않을까.



겨울바람이 점점 더 차갑고 매서워진다. 그렇기 때문에 이 영화를 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