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책 낭독 방송을 시작했다

by Ann


오래 망설이던 일을 저질렀다. 내가 잘할 수 있을까? 보다 네가 잘할 수 있니? 에 더 신경을 쓰다가 긴 시간을 흘려보냈다. 책 낭독 방송을 개설했다.



꽤 오래전부터 하고 싶었던 일이었다. 내가 그랬듯이 밤새 잠들지 못해 괴롭고 그 시간 동안 외로워 괴로운 이들을 위한 낭독 방송을 만들고 싶었다. 하지만 나는 자꾸 타인의 생각, 반응을 신경 쓰며 머뭇거렸다. 내가 하고 싶은 것보다 남이 비웃을 일이 더 걱정이었던 것이다.



아주 어릴 때부터 불면증이 심했다. 밤새 잠을 안 자고 울어대는 나 때문에 엄마는 꽤 오래 고생을 하셨다. 초등학생이 되어서도 엄마가 곁에 있다가 내가 잠든 것 같아 밖으로 나가면 다시 말똥말똥해져 버려 잠을 제대로 자지 못했다. 나의 불면증은 중학생이 되어 6교시 수업을 버텨내느라 잠시 사라졌다. 집에 오자마자 교복도 벗지 못하고 잠들어버릴 때도 있었다. 중학교 생활이 엄청 고됐던 것이다. 한참 동안 불면증을 잊고 살았다. 다시 나를 찾아온 건 일을 시작하면서부터였다. 밑도 끝도 없이 먹고사는 일이 걱정이 되어 잠들지 못했다. 내일 할 일을 시커먼 밤에 누워서 걱정했다. 매일 밤 걱정할 거리들이 만들어졌다. 지치지도 않고.



불안은 침묵을 먹고 더욱 커졌다. 조용한 걸 참을 수가 없어 팟캐스트 방송을 듣기 시작했다. 높지도 낮지도 않은, 둥글둥글한 음색으로 책 혹은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방송이 나와 잘 맞았다. 나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 줬고 자연스레 잠이 들었다. 그걸로도 해결이 안 될 때도 있었지만 잠들 수 있는 날들도 많았다. 그때부터 더욱 열심히 팟캐스트 방송을 들었다.



내가 들었던 방송들이 불면증에 큰 도움이 되었지만 한편으로 아쉬운 부분들도 있었다. 엄마 혹은 아빠가 혹은 할머니가 곁에 누워 옛날 옛적에 하면서 이야기를 들려주던, 책을 읽어주던 그런 느낌의 방송은 없을까. 찾아보니 꽤 많은 책 낭독 방송들이 있었다. 그런데 음악이 들어가거나 책에 대한 개인적인 생각이나 설명이 들어간 방송들이 대부분이었다. 음악 없이, 책에 대한 긴 설명 없이 오롯이 책만 읽어주는 방송은 별로 없었다. 내가 만들어볼까? 하는 생각을 굴리고 또 굴리며 간직하고 있었다.



그렇게 오래 굴리기만 했던 바람을 드디어 밖으로 끄집어냈다. 조금씩 조금씩 용기를 모아 왔고 그 용기들이 결국 나를 여기까지 밀어주었다. 끝내 하고 말았다. 아니, 할 수밖에 없었다.



20분 남짓한 한 편의 방송을 만들기 위해 며칠을 매달렸다. 각종 난관에 부딪혔다. 이것도 맘에 안 들고, 저것도 맘에 안 들고. 다시, 또다시. 이러다간 올해 안에 한 편의 에피소드도 올리지 못할 것 같았다. 일단 한 편을 무조건 올리자고 목표를 바꾸고 많이 부족하지만 첫 에피소드를 만들어 올렸다. 지인들과 몇 안 되는 블로그, 인스타그램 이웃들에게 알렸다. 너그러운 마음으로 애정을 가지고 나의 방송을 들어줬고 응원의 말을 보태주었다. 그렇게 또 조금의 용기가 더 생겨났다.



여전히 쑥스럽고 두렵지만 저지르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끝내 내가 하고 싶었던 일을 시작했다는 것만으로도 설렜다. 망설임 끝에 또 하나의 나의 길을 만들어낸 것 같아서 뿌듯했다. 단 한 명이라도 이런 나의 방송으로 잠들 수 있다면, 외롭지 않게 긴 밤을 보낼 수 있다면 그걸로 충분할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힘든 일이겠지만.



나의 목표는 최대한 오래 이 자리에 있는 것이다. 잊고 있다가 다시 찾아도 어? 아직 있네? 할 수 있는. 즐거운 나날들엔 잊어도 힘들면 다시 찾게 되는 그런 방송이 되는 것이다. 그게 아마 가장 힘든 일일 것이다.







ㅣ”잠 못 이룬 그대에게” 방송 안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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