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Inside Wisdom

기억하지 못 한다는 것

영화 <토이스토리 2>를 보고

by Ann


이번 주엔 영화 토이스토리 2를 보았다. 토이스토리 4를 본 이후 1편부터 차례로 다시 보는 중이다. 그런데 어찌 된 일인지 처음 보는 영화 같았다. 어? 나 토이스토리 2편 안 봤나? 의심할 정도로. 분명 난 토이스토리의 광팬인데 그럴 리가. 봤다, 본 건 맞는데 마치 안 본 사람처럼 아무것도 기억이 나지 않았다. 난생처음 보는 영화처럼 흥미진진하게 보았다.



깔깔거리며 웃고 엔딩에선 코끝이 찡해지기도 했다. 어떻게 한 번 본 영화를 이렇게 재미있게 볼 수가 있을까. 신기했다.



사람의 기억이 이렇듯 우습다. 그 어떤 것도 확신할 수 없다. 분명히 봤다는 나의 기억도 믿을 수 없다. 영원히 기억할 것 같은 감동도 흔적 없이 사라진다. 다신 치유될 수 없을 것 같은 상처도 그 상처 부위가 어디였는지 기억 못할 정도로 흐려진다. 누군가를 애처롭게 바라봤던 나의 눈빛도, 마음도 기억나지 않는다.



나의 기억의 절반은 이미 나에게서 떨어져 나갔다. 이 사람 저 사람에게, 이곳저곳에 흩어져 있다. 나 또한 다른 이들에 대한 기억을 갖고 있다. 그들은 기억하지 못할 수도 있는.



나는 너무 아팠는데, 아직 상처가 아물지 않았는데 상대는 나에게 상처를 준 기억조차 없었다. 아직 그 일을 잊지 못하는 내가 청승 떠는, 쿨하지 못한 사람이 되어버렸다. 그는 자신이 무척 쿨하고 너그러운 사람이라고 착각하고 있었다. 그가 가지고 있어야 할 기억이 나에게만 있었다.



아마 그 반대도 있겠지. 나는 기억하지 못하는, 누군가에겐 상처가 된 일이 있었을지도. 그래놓고 나는 배려심이 있는 사람이라고, 남에게 상처 주지 않는 사람이라고 착각하며 살아가고 있을지도. 그렇게 생각한 이후로 최대한 겸손하고 조심스럽게 살려고 노력한다. 타인의 잘못에 대해서도 너그러워지려고 한다. 여전히 어렵지만.



그리고 상처받지 않으려 노력한다. 당사자는 기억조차 하지 못할 일인데 나만 흉터를 안은 채 살고 싶지가 않다. 애초에 상처받지 않으면 흉터도 생기지 않는다. 이미 생긴 흉터는 최대한 관리를 잘해서 옅어지도록, 옅어지고 옅어져서 만져도 보아도 아프지 않도록 해준다.



기억은 100% 정확하지 않다는 것. 그것이 나를 좀 더 겸손하게 때론 너그럽게, 때론 평온하게 해준다. 오늘도 어제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 마치 한 번도 보지 않은 영화를 보는 것처럼 새롭게, 신나게 보내봐야겠다. 해피 엔딩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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