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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nn Aug 20. 2019

작은 마음 동호회



<지혜의서재>라는 이름이 이제 제법 익숙해졌다. 인생은 계획대로 되지 않아 재밌다고 빨강 머리 앤이 얘기했었다. 전적으로 동의한다. 나의 계획은 평범하게 편안하게 직장 생활을 하면서 사는 것이었다. 그게 당연한 거라고 생각했다. 사업은 나와 거리가 먼 아니 아예 관련이 없는 계획이었다. 지금의 나는 직장 생활을 하고 있지 않고 사업자등록증을 가진 사장님이다. 그것도 서점 사업자등록증을 가진 사장님.



​결국 책이 나를 여기까지 이끌었다. 그렇게 어색하던 사장님이란 호칭에도 익숙해졌고 사람들에게 <지혜의서재>에 대해 이야기할 때도 이제 쭈뼛거리지 않는다. 진짜 주인이 되었나 보다. 서점 주인, 세상에서 가장 작은 서점의 주인이.


내 주변엔 이렇게 나처럼(사실 지혜의서재 보다는 다 크지만) 작은 가게들이 많다. 종류도 다양하다. 고운 옷과 마음을 함께 지어 나누는 가게, 세상에 하나뿐인 옷을 짓는 가게, 200% 정성이 들어간 소품을 만드는 가게, 커피와 책과 온기를 배달하는 가게, 함께 글을 짓는 교실 등등. 이들도 아마 나처럼 처음엔 어색하게, 조심스럽게 시작했겠지. 하지만 지금은 엄연히 세계의 평화에 1%씩 기여하고 있는 이들이다. 이들이 나눠주는 것들이 내 인생을, 받는 이들의 인생을 조금은 느슨하게, 몰랑몰랑하게 해주니까. 나도 그 사이에 끼어들 수 있을까 고민하고 배우고 한다. 나는 이들을 ‘작은 마음 동호회’라 부르고 싶다. 윤이형 작가의 단편 소설집 제목이기도 한 이 이름이 참 마음에 든다.


작은 마음들이 하나둘씩 모여 사람들에게 큰 위로와 기쁨이 되어주는 동호회. 나도 그 어디쯤 잘 안착하고 싶다. 하루 종일 바쁘게 움직이는 나의 모든 행동들이 나에게도 기쁨이자 보람이 되고 다른 누군가에게도 위로와 기쁨과 행복이 되었으면 좋겠다. 지혜의서재가 이제 막 나에게 익숙해진 만큼 조금 더 숙성을 시키고 발전시키면 다른 이들에게도 익숙한, 신뢰가 가는 이름이 되겠지. 조바심 내지 않으려 한다. 조금 더 멀리 가기 위해선 조금 더 몸을 웅크려야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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