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1월에 생각지도 못한 인터뷰를 하게 되었다. 인터뷰라니, 나 같은 사람이. 내가 사람들에게 어떤 이야기를 해줄 수 있을까? 걱정스러웠지만 언제 또 이런 경험을 할 수 있을지 몰라 흔쾌히 수락했다.
생각보다 긴장을 많이 했지만 나를 인터뷰하러 오신 두 기자님의 배려와 경청으로 무사히 인터뷰를 끝마쳤다. 무슨 말을 했는지 기억이 나진 않았지만......
그때 한 인터뷰가 실린 잡지가 오늘 도착했다. 종이에 글과 함께 인쇄된 나의 모습을 보니 어색하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했다. 내가 이런 말들을 했었나? 내가 한 이야기들인데 글자로 보니 낯설었다. 동생에게 보여주고 바로 뛰어가 아빠에게 가져갔다. 쿨한 척 건네고 아빠의 반응을 살폈다.
"오, 완전 스타네. 이야."
아빠의 리액션은 누가 봐도 나를 위한, 조금은 자랑하고 싶어 하는 나를 위한 리액션이었다. 그걸 알면서도 기뻤다. 기뻐하는 나를 보며 놀랐다. 낯설어서. 나로 인해 부모님이 기뻐하는 모습이 낯설어서. 선물을 드리고, 재미있게 해 드려서 웃으신 적은 있지만 내가 하는 일로 기쁘게 해 드린 적은... 기억이 나질 않는 것이다.
집으로 와 엄마에게도 보여드렸다. 평소 뭘 보여드리면 대부분 시큰둥해하시는 엄마가 자세히 보려고 미간을 찡그리며 집중했다.
"오, 사진 잘 나왔네."
한참을 봤다. 사진만 보고 말 줄 알았는데 내용까지 꼼꼼하게 읽었다. 그동안 나는 엄마 곁을 뱅뱅 맴돌았다. 엄마의 최후의 반응을 기다리며. 어린아이처럼.
내가 그동안 나를 잘못 알고 있었나 보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해하고 있는 줄 알았는데, 굳이 부모님의 인정, 칭찬은 염두에 두지 않으며 살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부모님이 좋아하시니 어린아이가 된 것처럼 마음이 씰룩거렸다. 그리고 여태 그렇게 해드리지 못한 것에 대한 죄책감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좋아서 한 일들이었는데 이렇게 효녀 노릇까지 하게 만들어준다. 하길 잘했다. 용기 내길 잘했다. 용기 마일리지가 수북하게 또 쌓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