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야 새해 계획을 세우지 않게 되었다. 이제야 계획이 필요하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계획 대신 비집고 들어온 건 바람이었다. 그저 어떻게 하고 싶다는 바람. 안 되어도 괜찮은 바람.
계획은 세우지 않아도 이렇게 글로 쓰는 행위가 나를 설레게 한다. 새해구나, 하고 살짝 들뜨게 해 준다. 다시, 깨끗하게, 처음처럼 시작할 수 있을 것만 같아서. 그래서 이렇게 글은 쓴다.
내가 바라는 것은 단 하나다. 지금의 것들을 유지하는 것이다. 아침에 엄마 배 위에서 자고 있는 뚜이와 인사를 나누고, 화요일 점심을 온 가족이 함께 먹고, 일요일마다 동생과 데이트를 하고, 종종 커피 마시며 편안하게 친구와 얘기하고, 읽고 싶을 때 읽고, 어렵지만 글도 쓰고, 일주일에 한 번씩 좋아하는 카페에 가 시간을 보내고, 연말에 좋아하는 사람들과 모임을 갖는 지금의 삶 그대로를 유지하는 것. 이 밑으로 내려가지 않는 것.
지금의 상태에서 힘든 것들도 있지만 그것들을 견딜 만큼의 즐거움이, 만족감이 있다.
내 인생에 바라는 것 말고 나 스스로에게 당부하고 싶은 게 있다면 2020년에는 작년보다 조금 더 읽고, 조금 더 쓰고, 조금 더 걷자는 것. 작년보다 조금 더 움직이자는 것. 다른 건 몰라도 그것만큼은 늘 염두에 두고 지내자는 것.
내년 1월 1일에 이 글을 보고 머쓱해지지 않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