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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nn Feb 07. 2020

어제 보다 아주 조금 부자가 되었다


다시 가계부를 쓰기 시작했다. 유튜브에서 우연히 보게 된 영상에서 인상 깊은 이야기 하나를 들었다. 내가 부자가 되고 있는지, 더 가난해지고 있는지 알 수 있는 방법은 어제보다 내가 오늘 부자인지를 확인하면 된다는 이야기였다. 즉 어제보다 돈이 조금이라도 더 많아졌다면 부자가 되어가고 있는 것이고, 어제보다 돈이 더 없어졌다면 가난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순간 멍해졌다. 아......


그 뒤에 이야기들이 계속 이어졌다. 10분 정도 더 보다가 주식 관련 이야기가 나와서 꺼버렸다. 나는 가난해지고 있는 중이었다. 이 영상을 본 날 나는 그 전날보다 더 가난해져 있는 상태였다. 버는 것보다 쓰는 것이 더 많았다. 나는 돈도 없으면서 왜 쓸까, 돈이 없으면 쓰지 말아야 한다는 걸 알면서 왜 자꾸 돈을 쓸까. 그저 스트레스 때문에 혹은 필요한 거라고 합리화하면서 혹은 '한 번 사는 인생 뭐 그렇게 팍팍하게 살아'하면서 써댔다. 이 현상을 영상의 게스트는 '포기 현상'이라고 말했다. 부자가 될 수 없다고 생각하고 포기해버렸기 때문에 '현재를 즐겨라'라는 말로 자기 자신을 속이며 돈을 마구 쓴다는 것이다. 다시 한번 멍해졌다. 아......


내 경우가 그랬던 것 같다. 아낀다고 아끼지만 꼭 사지 말아도 되는 걸 사고 마는 나는 살 때마다 에라이, 모르겠다 하는 심정으로 질렀던 것 같다. 그것은 포기에 가까웠다. 이거 하나 산다고 내가 가난해지겠어, 이거 하나 안 산다고 내가 부자가 되겠어? 하는 마음으로. 


엄청난 부를 축적하지는 못하더라도 어제보다 오늘 더 가난해지는 건 싫었다. 그게 나의 자포자기 심정에서 비롯된 거라면 더욱 싫었다. 그래서 가계부를 쓰기 시작했다. 오늘부터. 


버는 돈이 많지 않다면 어떻게든 줄여야 하는 게 맞다. '내가 이런 것도 못 하면서 살아야 해?' 하는 잘못된 자존심을 버리고 잘못된 소비 습관도 버려야 한다. 오늘은 늘 가던 카페를 가지 않고 집에서 커피를 마셨다. 1시간 책 본다고 카페에 가 커피를 사 마셨다. 내가 좋아하는 행위이긴 하다. 하지만 내 상태에선 과소비였다. 1시간 정도라면 집에서 보내도 충분한데 습관처럼 카페로 갔다. 나에게 행복하고 필요한 시간이지만 이젠 좀 줄이기로 했다. 그로 인해 오늘의 소비는 0원. 


나는 어제보다 아주 조금 부자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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