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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nn Feb 12. 2020

졸지에 무서운 사람이 되었다


오랜만에 한 지인에게 전화가 왔다. 마지막으로 통화한 것이 6개월 전쯤이던가. 기억조차 나지 않는다. 새해 인사를 건넸다.


안부를 묻고 전화를 끊기 직전에 나중에 만나 치킨이나 한 번 먹자는 인사를 나에게 건넸다. 그 인사에 나는 이제 치킨을 안 먹는다고 대답했다.


“그래? 치킨을 왜 안 먹어?”


“나 이제 고기 안 먹거든.”


이제 고기를 안 먹게 되었다고 말했을 뿐인데, 속세를 떠나 종교인이 되었느냐, 거짓말이냐, 고작 며칠만 그런 거 아니냐는 소리를 들었고 그 끝에는 무섭다는 이야기로 마무리되었다. 고기를 먹지 않겠다는 결심을 한 내가 무섭다고 했다.


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던지 전혀 상관이 없지만 뭐 저렇게까지 말하나 싶어, 흡연자인 그에게 담배 피우는 사람이 더 무섭다고 대꾸했다. 별 의미는 없는 말이었지만.


이제 자신과 더 먼 사람이 되었다는 말이 진짜 마지막 말이었다. 전화를 끊고 이게 진짜 반응일까? 싶었다. 아주 가까운 사람들과 나와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 속에서만 있다 보니 부정적인 시선보다는 응원의 시선을 더 많이 받았는데, 그 밖으로 나가면 실제로는 정상 범위를 벗어난 사람 취급받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크게 상관은 없다. 그들이 뭐라고 해도 내 생각엔 변함이 없고 행동에도 변함이 없을 테니까. 다만 언젠가 오늘 전화한 지인이 다시 전화가 와 만나자고 한다면 싫다고 대답할 것 같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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