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계를 걱정하는 나이가 되었다. 부모님의 그늘 아래에서 천년만년 걱정 없이 살 것만 같았던 안정감은 자취를 감춘 지 오래다. 부모님이 내 곁을 떠났을 때를 자꾸만 생각하게 된다. 오롯이 내가 나를 책임져야 하는 상황. 기댈 곳이 없는 상황. 누구에게나 올 수 있는 자연스러운 순간이겠지만 이번 생을 처음 사는 나에겐 낯선, 그래서 불안한 상황과 감정이다.
잘 지내다가도 갑자기 나의 한 달 수입을 생각하면 정신이 또렷해지면서 나의 불안도 더 선명하게 보인다. 지금 이 상태가 지속된다면 정말로 내가 좋아하는 일을 포기해야 할 날이 올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한없이 절망에 빠져 허우적대다가 지쳐 잠이 들곤 한다.
그렇게 지쳐 잠이 들다 보면 아침에 일어나는 것이 개운치가 않다. 그 개운치 않은 기운이 나를 하루 종일 무기력하게 만든다. 어서 빨리 이 무기력함에서 빠져나와야 한다고, 무엇이든 해야 한다고 나를 다그치지만 그것조차 나이기에 더 엄격해지지는 못한다. 또 다른 내가 나를 놓아버린다.
그런 감정들을 추스르려 애쓰다 동생에게 털어놓았다. 동생에게 부담을 주고 싶지 않아 최대한 담담하게 말하려고 했지만 이야기는 한 번 시작되면 종종 내가 원치 않은 곳으로 나를 데려가곤 한다. 내가 하려던 이야기가 아닌 이야기를 하게 되기도 하고 내가 내리려던 결론이 아닌 결론을 내리기도 한다.
하지 않으려던 속마음을 이야기하다가 나도 모르게 울컥해버려서 그걸 참으려다가 순식간에 목이 쉬었다. 안다. 그렇게 참으려 했어도 아마 동생은 그 순간의 나를 놓치지 않았을 거라는 걸. 그게 미안해서 더 꾹 참으며 이야기를 마무리지으려 했다. 되도록이면 긍정적인 결론으로 이야기를 끝맺어야지 했다. 지금 나에게 닥친 일들을, 다시 힘을 내 하나하나 열심히 해나가는 수밖에 없다고. 사실은 나 스스로에게 하는 말이기도 했다. 그렇게 한다고 상황이 크게 달라지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면서도 입 밖으로 소리를 내 동생에게, 그리고 나 자신에게 그렇게 얘기했다.
털어놓으려고 했던 게 아닌데 털어놓게 되었고, 동생에게 너무 큰 부담을 주기가 싫어서 좋게 잘 끝맺으려고 고군분투를 하다 보니 혼자 잘 추슬러지지 않았던 감정들이 조금씩 정리가 되는 것 같았다. 그리고 내 입으로 뱉은 이야기에서 알 수 없는 에너지가 나에게 다시 흘러들어오는 것이 느껴졌다. 그래, 일단은 내게 주어진 것들을 열심히 다시 해보자. 싫든 좋든 이런저런 핑계 대지 말고 일단 해보자. 가만히 앉아 이렇게 무기력한 시간들을 보낼 수만은 없잖아.
상황을 바꿀 수 없으니 결국 나의 생각과 마음가짐을 바꿔보려 노력하며 겨우겨우 이 방황을 또 잠시 끝내보려고 한다. 언제 다시 시작될지 모르겠지만. 일단 이렇게 된 마당에 잠을 잘 자보도록 노력해야겠다. 그래도 잠이 안 오면 <잠 못 이룬 그대에게>를 틀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