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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nn Mar 06. 2020

일단 거기까지임을.

만족스럽지 못한 한 편의 글을 완성했다. 만족스럽지 못해도 마지막 마침표를 찍은 건 거기까지가 나의 능력이라는 걸 알기 때문이다. 일주일 동안 쓰고, 지우고를 반복한 글에 더 이상의 시간은 무의미하다.


거기서 오는 스트레스가 있다. 그 스트레스를 이 일기로 풀곤 한다. 머리와 손이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춤을 춘다. 뭘까? 예전엔 이조차도 쓰기가 힘들었는데 이제는 나의 스트레스 해소의 도구가 되다니. 모래주머니를 다리에 차고 달리다가 그것을 벗어던지고 달리는 느낌이랄까?


나의 능력의 한계치를 알게 되고 그것 때문에 부담감과 압박감과 실망감 등등 말도 못 하지만 내가 아주 조금 성장했음을 느낀다. 써지지 않는 글을 붙들고 고군분투하면서 목적지가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내가 멈춰있지는 않다는 것을 느낀다.


나의 능력보다 더 나은 결과물을 감히 넘보기 때문에 지금 내가 힘들다는 것을 아주 잘 안다. 계속 그럴 것이다. 나의 능력보다 더 나은 결과물을 원하며 능력치를 높여가고 싶다. 하지만 나를 괴롭히고 싶지는 않다.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더 가지 않고 마침표를 찍을 것이다. 일단 거기까지임을 인정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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