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Ann Mar 07. 2020

책을 쓰기 시작했는데

 바로 어제, 더 이상의 시간은 무의미하다며 마침표를 찍은 그 글을 오늘 다시 열었다. 새 글을 쓰기 위해 열었다가 무심코 어제 쓴 글을 다시 읽었는데 고치고 싶은 부분이 그사이 또 생긴 것이다. 정말 마지막이라 생각하고 글을 다시 수정했다. 누가 보면 위대한 장편소설을 쓰나 할 정도로 유난이다. 


조금 더 재능이 있는 사람이라면 벌써 끝났을 일이지만 나는 아직 갈 길이 멀다. 이렇게라도 고치지 않으면, 마음이라도 쏟지 않으면 나중에 책을 읽게 될 몇 안 되는 독자들에게 너무 미안할 것 같아서 유난을 떨어본다. 


글 한 편을 완성하기 위해 하루에 10권 정도의 책을 읽는다. 물론 완독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 책의 챕터 하나씩 읽어나가는 것이다. 좋아하는 작가들의 글을 읽어야 슬슬 시동이 걸린다. 맨땅에 헤딩하듯 다짜고짜 노트북 화면만 바라보고 있으면 절대 글이 써지지 않는다. 선생님들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처음엔 앉아서 일단 책을 꺼내 읽기 시작한다. 읽다가 글쓰기 엔진을 급하게 가동하는 문장이 있으면 책을 바로 덮고 글을 쓰기 시작한다. 막 쓰다가 길을 잃는다. 내가 이걸 왜 쓰기 시작했지?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은 거지? 어디로 나가야 하나. 갑자기 시동이 푸드덕거리며 꺼진다. 그때 다시 다른 책을 집어 들고 읽기 시작한다. 다시 부릉부릉 시동을 거는 거다.


결국은 책만 실컷 읽다가 노트북을 닫고 카페에서 나와 출근한다. 책 쓰기에 도전한 이후 급격히 늘어난 독서량 때문인지 전에 아무리 이해하려고 해도 되지 않던 책들이 술술 읽히는 신기한 경험을 했다. 이렇게 된 김에 어려워서 치워놓았던 책들을 다시 찾아 책상 위에 올려뒀다. 내일 시동 걸 때 읽어봐야지.


책을 쓰기 시작했는데 삶이 조금씩 바뀌고 있다. 책을 쓰는 건 어렵지만, 뜻대로 잘 안 되지만 그 과정에서 생기는 새로운 경험들이 재미있다. 물론 전부 다시 쓰라는 말을 듣고도 재밌다고 말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매거진의 이전글 일단 거기까지임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