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울까, 말까.
지워? 말아?
지워도 될까? 안 될까?
카톡 안 해요. 문자나 전화 주세요 :)
결국 이 문구를 남기고 삭제.
왜? 굳이? 유난 떠는 거 아니야?
맞다. 유난이다.
남들 다 잘 쓰는 걸 뭐 하러 삭제까지 해.
너 잘났다.
우연히 내가 좋아하는 어떤 사람이
카카오톡을 쓰지 않는다는 소리를 들었다.
그 사람이 그렇게 하는 이유와는 상관없이
나도 그냥 따라 하고 싶었다.
나도 지워?
문제는 거기에서 발견됐다.
지워?라는 물음에
지워! 가 되지 않는다는 점.
나는 그것을 지우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 문제였다.
그것을 지워버리면
나의 모든 인간관계가 사라져버리는 것이고
내가 속한 대화방 속 사람들을 배신하는 것이고
이 세상에서 고립되는 것이라는 생각이
나를 지배하고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깟 카카오톡이 뭐라고.
그깟 카카오톡을 지워버린다고
변하는 것은 하나도 없다.
카카오톡은 인생이 아니다.
카카오톡이 사라진다고
내 인생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
그런데 나는 그것에 지배당하고 있었다.
그래서 갑자기 카카오톡으로부터 자유롭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지웠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