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욕심이 별로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바라는 것이 딱히 많지 않은 사람이라고. 요즘은 오히려 나는 그 반대의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 좌절과 실패를 두려워하고 패배감에 젖어 사는 사람.
내가 원하는 만큼 바라면 크게 실망하니까, 실망하면 마음이 아프니까 늘 적게 바라는 것이고 늘 적게 바라다 보니 큰 성과 없이 '나는 이 정도로 충분해, 이 정도가 내 능력치야' 하고 한계를 만들어버리는 것이다. 내 한계가 어디까지인지 나조차도 모르는 것인데 말이다.
아픈 연애를 길게 하고 난 후 내 무의식에는 '나는 좋은 남자를 만날 수 없어' 가 자리잡았다. 일명 '나쁜 남자'만 고르는 내 성격과 성향이 다시 나를 힘든 상황에 처넣고 말 거라고 확신했다. 연애 혹은 결혼을 통해 행복해 하는 친구들을 볼 때면 '나도 저렇게 살거야'가 아니라 '내가 저런 사람을 만날 확률은 로또에 당첨될 확률일 거야' 하고 내 미래를 불행으로 단정지었다.
책상 놓기도 힘든 좁은 내방을 언제라도 떠날 수 있다고 전혀 생각하지 않았다는 것도 최근에 알았고 그 사실에 놀랐다. 결혼을 안 한다고 해서 평생 한곳에 머무는 것이 아닐 텐데 이 방이 평생 내가 머물 곳이라고 당연하게 생각하며 살아가고 있었다. 햇살이 쏟아져 들어오는 공간에 큰 책상을 두고 앉아 커피를 마시며 책을 보는 그곳이 온전히 내 공간인 상상을 단지 상상으로만 해왔다. 그것도 내겐 '로또에 당첨될 확률'로 여겨지고 있었다.
현실일 수도 있다. 인연은 사람이 조작해서 만들 수 없는 것이고 내가 바라는 공간을 얻을 만한 경제적 상황이 그리 쉽게 만들어지지도 않을 것이다. 인생이 어디 그렇게 쉽나. 하지만 좌절할까봐, 실패할까봐, 상처 받을까봐 꿈조차 꾸지 않으려 하는 것은 아니 오히려 내 미래를 불행으로 확정짓는 것은 다른 문제가 아닐까.
내가 원하는 삶을 꿈꾸고 그 방향으로 나아가고 될 수 있다고 믿는 것. 그것이 내게 필요하다. 나를 좋은 사람과 함께 할만한, 내가 원하는 좋은 삶을 살만한 가치가 있는 사람이라고 여기자. 꿈꾸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