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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nn Mar 18. 2024

글 쓰는 감각


글 쓰는 감각을 잊은 것 같다.


어쩌면 써야만 하기에 썼던 시기가 있었다.

좋아서 쓰기도 했고 괴로워서 쓰기도 했다.


단단해지고 싶었다.

내가 단단해지면 바깥에서 날카로운 것이 날아와 부딪혀도 상처 나지 않을 거로 생각했다.

단단해지기 위해서 읽고 썼다. 그래야만 했다.


시간이 날 때마다 썼고 읽었다.

대부분의 시간을 쓰고 읽었다.


그렇게 두꺼운 갑옷을 만들어 입고 깊고 길던 터널을 통과한 후 나는 더는 예전처럼 게걸스럽게 읽지도 쓰지도 않게 되었다.


굳이 읽거나 쓰지 않아도 알 것 같았다.


답은 정해져 있고 내가 그것을 받아들이기만 하면 되는 것이라 생각했다.

받아들일 용기만 내면 되는 것이었다.


이제 답을 찾기 위해 읽거나 쓰지 않는다.

그저 읽고 싶어서 읽고 쓰고 싶어서 쓴다.

한 가지 문제는 전처럼 쓰거나 읽게 되지 않는다는 것.


글 쓰는 감각을 잊은 것 같았다.

쓰지 못한 시간이 길었고 그 사이 무엇이든 글로 써내는 감각이 바닥을 드러낸 것이 아닐까.


손끝으로 키보드를, 종이를 더듬거리기만 하다가

더는 쓰지 못하겠구나 포기도 해봤지만 결국 쓰고자 하는 또 다른 내가 불쑥불쑥 모습을 드러내곤 했다.


끝내 나는 다시 쓰기 시작했다.

시간이 날 때 쓰는 것이 아니라

시간을 내어 쓰기 시작했다.

그게 답이었다.


다시 어려진 기분이다.

쓰는 마음도, 읽는 마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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