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러에게 사랑을 묻다를 읽고
사랑은 형태가 없다. 냄새도 없고 소리도 없다. 그 누구도 사랑을 명확하게 설명할 수 없다. 각자가 느낄 뿐이고, 각자의 모습처럼 결국 다 다를 수밖에 없을 것이다. 나 역시 사랑에 대해 명확하게 설명할 수는 없는데 '이런 게 사랑일까?'하고 느낀 순간들이 있었다. 한 사람과 만나고 헤어지는 순간까지 그 모든 것이 사랑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나에게 사랑은 어떤 순간이었다.
어떤 순간, 그 사람의 모든 것을 끌어안아주고 싶다고 느꼈다. 그의 서늘해 보이는 등을 감싸주고 싶었고, 그 사람의 눈이 말하는 괴로움 때문에 눈물이 날 것 같았다. 그가 행복해질 수만 있다면 편안해질 수만 있다면 그 무엇이라도 해주고 싶었다. 그 눈이 웃을 수만 있다면 내가 아닌 그 어떤 누가 그를 웃게할 수 있다면 기꺼이 그 사람에게 가도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때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았던 사랑이라는 것의 실체를 느꼈다. 이 세상에 사랑이라는 것이 존재한다면 지금 내가 느끼는 그 순간의 감정이 사랑일 거라는 확신이 들었다.
그 때의 그 순간만큼은 그 사람과의 관계에서 어떤 결실 따위는 결코 바라지 않았다. 그 사람과의 미래 따위는 생각할 겨를도 없었다. 그저 저 사람의 모든 것을 다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다는 용기가 나를 휘어감았고, 나의 많은 것을 포기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아무도 나에게 사랑이 무엇인지 가르쳐주지 않았지만 사랑이라는 것은 분명히 느낄 수 있다. 사랑은 상대에게 무엇인가를 받을 때가 아니라 상대에게 줄 때 비로소 느껴지는 것 같다. 아니, 주고 싶을 때 그때 모습을 드러내주는 것 같다. 그 감정은 이루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벅차다. 내가 상대에게 주고 싶은, 줄 수 있는 것들을 어떻게든 끌어 모으고 모아 들고 서 있는 내 모습을 보고 적잖이 놀랐다. 아무도 말해주지 않았지만,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았지만 난 알았다. 그것이 사랑이라는 것을.
유치한 사랑은 '사랑받으니까 사랑한다'는 원칙에 따른다. 성숙한 사랑은 '사랑하니까 사랑받는다'라는 원칙에 따른다. 미성숙한 사랑은 '네가 필요해서 너를 사랑한다'라고 말하고 성숙한 사랑은 '너를 사랑하기에 네가 필요하다'라고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