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Inside Wisdom

레버넌트를 보고

살아있음에 대하여

by Ann

아직도 숨소리가 귓가에 맴돈다. 그 숨소리가 참 많은 생각에 빠져들게 만든다. 숨소리, 숨을 계속 쉬라고 얘기하던 아들과 아버지의 목소리가 들리고, 계속해서 뿜어져 나오는 입김이 떠오른다. 그 뿌연 입김은 마치 사람의 목숨을 눈으로 보는 것 같은 시각적인 효과를 준다. 아직 살아있다는 표시. 아직 죽지 않았다는 몸부림. 그게 글래스의 입김이었고, 거친 숨소리였다.



사람이 살아있다는 것에 대한 강렬한 체험과 같은 영화였다. 대자연 속에서 숨을 쉬고 생존하고 있다는 것을 아주 거칠고 무섭고 적나라하게 체험한 것 같은 그런 영화. 눈살을 찌푸리게 만드는 이 영화의 많은 장면들은 그것을 더욱 강하게 느끼게 해준다. 곰에게 인정사정없이 공격을 당하는 한 인간의 몸부림, 그 상황에서 살아남기는 하지만 눈동자만 겨우 움직일 수 있는 사람의 고통스러운 신음, 결코 끊기지 않는 그의 거친 숨소리, 괴로워하는 비명, 칼로 찌르거나 벨 때 나는 적나라한 효과음과 시뻘건 피. 그것들 모두 한 인간이 살아있음을 극단적으로 보여주는 것 같다. 그냥 평범하고 편안하게 숨을 쉬고 있을 때는 잘 느끼지 못하는 '살아있음'의 느낌을 이토록 무섭게, 적나라하게 체험하게 되다니.



그 체험은 이 영화가 보여주는 광활하고 거대하고 압도적인 대자연의 모습으로 인해 더욱 강렬해진다. 문명화된 세계 속에서의 인간이 아니라 대자연 속 야만인으로서의 인간의 생존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고, 그런 인간의 생존 본능과 의지의 최대치를 확인할 수가 있다. 실화이기 때문에 더욱 강렬하게 느껴진다.



가끔 내가 숨을 쉬고 있다는 것, 살아있다는 것, 나의 목숨이 계속 이어져가고 있다는 것을 인지하지 못할 때가 있다. 너무 당연하게 편안하게 혹은 안일하게 숨을 쉬고 살고 있으니까. 아주 가끔 어떤 자극이 나를 건드릴 때 '아 내가 살아있구나'하는 것을 느끼기도 하지만 그 느낌이 그렇게 강렬하진 않다. 이 영화는 평소 내가 미처 느끼지 못하는, 인식조차 안 하는 살아있음을 확인시켜줬다. 영화를 보고 돌아오는 길에 계속 귓가를 맴도는 글래스의 숨소리를 잠시 끄고 나의 숨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평소에 별로 들어본 적이 없던 나의 숨소리. 내가 살아있음이 직접적으로 확인이 되는 나의 숨소리를 듣고 있으니 왠지 생존에 대한 의지가 더욱 강해지는 것 같은 잠깐의 착각이 들기도 했다.



가끔 떠올릴 것 같다. 삶에 대한 의지가 땅 밑으로 꺼지게 되면 끈질기고 처절하게 계속됐던 글래스의 숨소리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