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빅쇼트를 본 날.
특이하고 어려운 것 같지만 명확했던 영화였다.
그런데 비극은 나는 전 날 잠을 제대로 못 자고
퇴근 후 이 영화를 봤다는 것이었다.
원래 영화관에 들어가서
자리에 앉고
영화관 냄새가 풍겨져 오고
불이 꺼지면
나는 잔다.
자고 싶지 않아도 잠이 나를 찾아온다.
지금은 많이 나아져서
나의 흥미를 끄는 영화라면
대부분 깨어있을 수 있다.
영화 상영 시간 내내 깨어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전 날 잠을 제대로 자지 못했다면
100% 나는 진다.
잠에게.
내가 이 영화를 마치 꿈꾸듯이 봐서
오히려 더 영화적으로 느낀 것 같다.
뚝뚝 끊기는 편집이
원래 이 영화가 그런 건지
내 기억이 그런 건지
툭툭 튀어나오는 장면들이 독특했고
잠시 잠에서 탈출한 나를 위해
여러 배우들이 이런저런 설명들을 해줬다.
친절하게도.
매달 마지막 수요일 오후 영화는 5천 원.
그래서 나는 더욱 마음 놓고 졸았던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크 바움(라이언 고슬링)이끝까지 고민했던 것
마이클 버리(크리스찬 베일)의 외로운 주장
벤(브래드 피트)의따끔한 호통은
뚜렷하게 기억에 남는다.
얄미운 제라드 베넷의 마지막 모습도.
모두가 실패해야
성공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보면서
그들을 욕하면서도
나도 그 소수이길 바라는
자신의 모습도 발견하게 되고
다시 현실로 돌아와
나는 그 반대의 입장이라는 것에
크게 분노도 하고
그게 가능하도록 만드는 시스템을
뒤로 크게 물러나 바라보면서
실소를 터트리게 된다.
이 영화가 어려운 영화는 결코 아니지만
기본적인 금융 관련 용어들을
알고 보는 것을 추천한다.
한국 영화였다면 상관없지만
대부분 관객들은 자막을 읽어야 하기 때문에
생소한 단어들을 쫓다가
다른 부분들을 놓칠 수도 있다.
이미 이 영화 관람을 위해
용어들을 잘 정리해 둔 사이트가 많다.
영화를 보고 집으로 돌아와
꿀잠을 잤다.
대부분 중간에 깨거나 꿈을 꾸는데
한 번도 끊기지 않고 잠이 이어졌다.
나는 점점 더 잠을 이길 힘이 모자람을 느낀다.
충분히 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