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캐롤'을 보고.
명절이라 늘어지게 자고, 늦은 아침을 먹고 여유 있게 씻고 밖을 내다보니 흑백사진 같은 풍경이 보였다. 색감은 곧 비가 쏟아질 것 같은데 마른나무 가지들을 보니 굉장히 건조해 보이기도 했다. 그래, 오늘이 딱이다. 영화 캐롤을 보러 나섰다.
영화가 끝나고 나오는데 비가 내리고 있었다. 창문이 빗방울로 얼룩졌고 아직도 끝나지 않은 영화의 한 장면을 보고 있는 것 같았다. 뿌연 창문으로 보이는 것들. 사랑의 불확실성.
이 영화를 다 보고 나니 '사랑'이 하고 싶어 졌다. 캐롤의 테레즈를 바라보는 그 눈빛이 그립달까. 누군가 나를 그렇게 바라봐주던 순간이 있었는데. 내가 누군가를 그렇게 바라보던 순간이 있었는데. 수많은 인파 속에서도 단 한 사람을 찾아내고 곤히 잠든 모습에 나도 모르게 손을 뻗고 닮은 사람만 봐도 심장이 내려앉던 그런 순간들이 그리워진다.
우리는 모르면서, 결국 그 사람과의 미래가 어떨지도 모르면서 간다. 사랑은 그렇게 내 등 뒤에서 나를 힘차게 밀어낸다. 혼란스럽고 불안하고 답답함을 느낄 때도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느새 내 발걸음은 사랑하는 그 사람을 향해 걸어가고 있다.
그 모든 감정들 그리고 그 감정들이 만들어내는 모든 행동들을 이 영화는 너무나도 아름답게 때론 처연하게 하지만 결국 당당하게 보여준다.
우리가 살아가는 건 이런 사랑이 눈 앞에 나타나길 기다리는 과정이 아닐까.라는 로맨틱한 생각을 오랜만에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