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하고 싶은 장면들.
픽사 애니메이션이라면 되도록이면 빼놓지 않고 보는 편이다. 픽사와 디즈니가 만난 지 20년이 되는 해 조용히 나타난 이 영화도 꼭 극장에서 보고 싶었는데 영화관에서 이 영화에게 많은 시간을 할애해주지 않았다. 그래서 난 조금 뒤늦게 작은 컴퓨터 모니터 화면으로 이 영화를 보게 됐다. 영화를 보고 나니, 이 영화를 영화관에서 보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이 더욱 크게 몰려왔다. '아, 이 영화는 꼭 영화관에서 봤어야 했는데......'
그 아쉬움은 이 영화의 영상미가 얼마나 아름다웠는지를 의미한다. 작은 모니터로 보이는 것에도 입을 다물지 못할 정도였으니까. 애니메이션이 아니라 영상미가 아주 뛰어난 실사 작품을 보는 것 같았다. 영상미 외에도 굉장히 세심하게 묘사된 공룡과 그 외에 동물들의 움직임과 질감에 또 한번 놀랐다. 픽사 &디즈니의 어마어마한 기술적 발전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영화관에서 볼 기회는 놓쳤지만 연휴를 맞이해서 가장 보고 싶었던 영화로 이 작품을 선택했다. 놓치고 싶지 않은 장면들이 가득 차 있었던 영화였다.
(지금부터는 스포일러가 될만한 내용들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1
이 영화의 시작은 '공룡이 멸종하지 않았다면?'이라는 질문에서 시작한다. 그에 대한 답으로 아마 이런 모습이지 않았을까 하는 상상력을 발휘한 작품. 초식 공룡들은(아파토 사우르스) 자신들의 먹거리를 직접 재배하면서 살았을 것이라고 상상한 것이 참 기발하다.
입에 물을 잔뜩 머금고 있다가 한꺼번에 뿜어내면서 농작물에 물을 주는 공룡의 모습이 기발하고 재미있다. 보고 있으면 웃기기도 하고 뿜어지는 물줄기 덕분에 가슴까지 시원해지기도 한다.
#2
작은 컴퓨터 모니터로 보면서도 감탄하고 또 감탄했다. 내 눈앞에 펼쳐진 광활한 대자연에 가슴이 벅찼다. 뿐만 아니라 바람에 살랑거리는 다양한 초록빛을 띤 가지에 달린 나뭇잎을 보면서 이렇게 섬세하고 세밀하게 표현될 수 있다는 것에 놀랐다. 한 장면, 한 장면이 멋진 예술사진 같았다.
#3
세 개의 알 중 가장 큰 알에서 태어난 가장 작고 연약한 우리의 주인공 '알로'. 알로의 엄마,아빠처럼 나도 가장 큰 알에서 가장 큰 공룡이 태어나지 않을까 기대하면서 쳐다봤는데 그 안에서 가장 작은 공룡이 태어나 의아하면서도 괜히 뭉클해졌다.
#4
가장 작고 연약하고 겁이 많은 알로를 위로하기 위해 아빠 헨리는 반딧불 쇼를 보여준다. 이 장면은 디즈니의 대작 '라이온 킹'에서 심바와 무파사가 들판을 함께 뛰어다니며 부성애를 나누던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이 장면뿐만 아니라 많은 부분에서 라이온 킹을 떠올리게 한다.
#5
알로가 스팟을 등에 태우고 시원스럽게 달려나가는 장면. 알로와 스팟 때문에 새떼들이 놀라 동시에 날아오르는데 이 장면에서 이 영화를, 이 장면을 영화관에서 보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이, 후회가 극에 달했다.
#6
이 영화를 보면서 총 세 번 눈물을 흘렸는데 한 번은 알로와 아빠가 헤어질 때, 두 번째는 바로 이 장면이다. 둘 다 가족을 잃었고 그것에 대한 아픔을 나누는 장면인데 작은 나뭇가지를 가족의 수만큼 모래 위에 세우면서 소개하다가 잃은 가족의 수만큼 다시 바닥에 눕히고 모래로 덮는다. 아무것도 모르고 있을 것 같았던 스팟의 그 행동을 지켜보다가 눈물을 왈칵 쏟았다.
알로도 아빠를 잃은 것을 스팟과 똑같이 표현하며 슬퍼했고 그 모습을 본 스팟은 자신과 같은 아픔을 가진 알로에게 다가가 쓰다듬으며 위로했다. 같은 슬픔을 가진 두 주인공이 깊게 공감하고 교감하는 장면이었다. 슬프면서도 아름다운 순간이었다.
#7
마지막 내가 눈물을 흘렸던 장면은 알로와 스팟의 이별 장면이었다. 영화의 중반부쯤 알로는 스팟이 자신의 곁을 떠나게 될까봐 걱정하고 스팟에 대한 강한 애착을 드러낸다. 알로와 스팟을 도와줬던 삼 남매 중 하나가 스팟이 너무 귀여우니 하모니카 벌레와 바꾸자고 했을 때 알로는 단칼에 스팟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다고 못을 박는다. 또 그 이후 스팟과 비슷한 모습을 하고 비슷한 소리를 내는 생물체가 다가오자 재빨리 스팟을 자신의 등에 태우고 그곳을 빠져나간다.
하지만 영화의 후반부에 스팟과 같은 모습을 한 스팟의 가족이 되어줄 이들이 나타나자 알로는 스팟이 자신에게 돌아왔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에게 다시 돌아가도록 스팟을 밀어낸다. 스팟이 그들하고 함께 해야 더욱 행복해질 수 있다는 것을 알로는 알게 된 것이다. 그렇게 알로는 훌쩍 성장한 것이다.
하지만 이 영화에 너무 몰입했던 나는 이 둘의 이별이 견딜 수 없을 만큼 슬퍼 그만 눈물을 펑펑 흘리고 말았다. 사랑해서 떠나보낸다는 말을 실감했다. 영화를 함께 보던 동생과 나는 "그냥 둘이 이웃에 함께 살면 안돼?" 하면서 훌쩍거렸다.
생김새도 다르고 말도 통하지 않고 심지어 악연으로 시작했던 두 주인공이 어떻게 서로에게 물들어가는지 그들이 성장하는 과정에서 잃은 것들이 얼마나 더욱더 크게 그들을 성장시켰는지 열심히 응원하면서 지켜보게 된다.
픽사 애니메이션이 늘 그렇듯 유쾌하고 익살스러우면서도 섬세하고 아름답고 끝내 뭉클하게 하는 감정의 종합선물세트를 만나볼 수 있다.
귀여운 스팟의 모습을 지켜보는 것 또한 아주 큰 재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