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Inside Wisdom

자신이 서 있는 자리에서 옳은 일을 하는 것

토마스 맥카시의 스포트라이트를 보고

by A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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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자의 자리에서 모두가 최고가 될 수는 없겠지만 옳은 편에 서려고 최선을 다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베테랑을 시작으로 요즘 영화, 드라마의 소재가 비슷비슷하다. 자신의 자리에서 옳지 않은 편에 선 자들에게 옳은 편에 선 사람들이 당하다가 통쾌하게 그것을 뒤집는 이야기. 모두가 하나같이 판타지라고 얘기한다. 현실에선 있을 수 없는 일이기 때문에.



베테랑의 서도철 형사, 내부자들의 우장훈 검사, 시그널의 이재한 형사와 같은 사람들은 현실에서 있을 수 없는 인물들이어서 나를 비롯한 관객들은 영화, 드라마에서나마 이들을 보고 대리만족을 느꼈다.



그런데 판타지가 아닌 판타지 같은 현실이 영화로 만들어졌다. 바로 '스포트라이트'라는 작품이다.



물론 극적인 효과를 주기 위해 과장하거나 영화적인 설정을 첨가했을 수는 있겠지만 그들이 해낸 일은 과장도 설정도 필요 없는 굉장한 일이었다. 영화를 보는 내내 믿을 수 없다는 듯 의심을 하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그들이 한 일이 굉장하다고 생각하고 정말 그들이 저 일을 해냈단 말이야? 하고 의심하고 있는 상황이 좀 씁쓸했다. 씁쓸했지만 그런 의심이 영화와 합심해 나를 더욱 극 안으로 몰입하게 만들었다. 나의 의심이 어떻게 결론지어질지 계속 궁금해했기 때문이다. 이미 알고 있는 결론인데도 말이다.



이미 진실을 말해줬는데도 내 눈으로 확인하기 전까지 못 믿어 라는 의심으로 이 영화를 지켜봤고 나는 끝까지 긴장했고 이 영화의 마지막 장면을 보고난 후 뒤엉키는 감정들 때문에 엔딩 크레딧이 다 올라갔음에도 긴 여운에 붙잡혀 있었다. 그들이 정말로 해냈구나 하는 안도감과 충격적인 사건의 실태를 마주하고 내뱉은 탄식이 뒤섞여 한동안 가만히 앉아있었다.



'옳은 일을 해야지'라고 변호사인 자신의 친구에게 로비(마이클 키튼)가 했던 대사가 기억에 남는다. '나는 나의 일을 했을 뿐이야'라고 아동 성추행을 저질렀던 신부들을 변호했던 변호사 친구에게 말이다.



맞다. 변호사는 사람을 변호하는 일을 할 뿐이다. 하지만 모든 변호사가 그 친구와 같은 선택을 하지는 않는다. 스스로 옳지 않다고 생각하는 일을 끝내 하고야 마는 사람과 옳지 않다고 생각하는 일을 끝내 하지 않고 옳은 편에 서는 사람이 분명히 존재한다. 어느 쪽에 가치를 두느냐의 차이일 것이다. 로비의 말은 아마 그런 의미였을 것이다. 그리고 끝내 정말 영화처럼 그 친구는 진실을 바로잡기 위해 늦게나마 옳은 편에 선다. 영화처럼.




이 영화는 사건에 비해 굉장히 정적이다. 시종일관 차분하고 침착하다. 그런데 단 한 번 내내 끓이고 있던 주전자에 물이 넘치듯 폭발하는 장면이 나온다. 바로 마이크(마크 러팔로우)와 로비(마이클 키튼)가 대치하는 장면인데단 한 번이었기 때문에 그의 분노가 빛을 발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난 이 장면을 이 영화의 최고의 순간으로 뽑고 싶다. 이 영화가 마치 이 한 번의 폭발을 위해 숨죽이고 있었던 것 같다는 느낌이 들 정도였다. 마크 러팔로우의 연기에 놀랐고 실제 이렇게 흥분하고 분노해 줄 언론인이 좀 많았으면 아니 있었으면 하고 바랐다.




뿐만 아니라 각자의 자리에서 그럴 수 있는 사람들이 많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영향력이 큰 자리든 그렇지 않은 자리든 내가 할 수 있는 방법으로 옳은 편에 설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윤리 교과서 같은 생각도 했다. 그게 쉽지 않은 일이라는 문장을 써야 하는 이 현실이 조금 답답해진다.



자극적인 재현 없이도 지나친 감정의 호소 없이도 사람의 눈을 감정을 영화에서 떼지 못하게 만든 이 영화의 힘은 무엇일까. 영화의 기술적인 측면은 잘 모르겠지만 나를 대신해, 내가 할 수 없는 일을 해주는 그들을 열렬히 응원하는 마음도 한 몫 했다는 생각이 든다.



차분하고 침착하게 차근차근 진실에, 옳은 일에 다가서는 그들을 정직하게 보여준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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