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Inside Wisdom

만나고 싶은 사람

이석원의 '보통의 존재'를 읽고

by A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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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한 사람을 이해하게 되는 과정을 체험하게 해준다. 나는 실제 이석원이라는 사람을 모르지만 이 책 속에 있는 이석원이라는 사람을 이해하게 됐다. 이 책 속의 이석원이라는 사람을 만나면 왠지 잘 지낼 수, 아니 친하게 지낼 수 있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적나라하게는 아니지만 자신이 얼마나 못난 사람인지에 대해 말하는 것이 목적인 것 같은 이 책은 그래서 더욱 이해하고 싶어 진다. 이 못난 점들을 끌어안고 사는 사람을.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군가 나를 다시 사랑해줄까?'라고 아주 작은 목소리로 말을 건네는 것 같았다. 그 물음에 마치 아주 오래전부터 알고 지낸 사람처럼 대답해주고 싶었다. "왜요, 당신 진짜 매력적인데요."



단 한 권의 책이 한 사람을 이렇게도 친근한 존재로 느끼게 하다니. 희한하게 다른 에세이들과는 다르게 이 책을 읽는 동안 내내 이 사람을 만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만나서 얘기하고 싶고, 위로하고 위로받고 싶다 하는 생각, 바람들이 계속 맴돌았다. 그저 책으로서, 작가로서의 호기심이 아니라 이 책 속의 이석원이라는 인간 자체에 관심이 갔다. 어쩌면 내가 기다렸던, 내가 그려왔던 '곁에 두고 오래 얘기 나누고 싶은 사람'의 실체일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다.



나는 글로 전해지는 느낌에 꽤 크게 반응하는 편이다. 단지 글인데도 글을 쓴 사람의 얼굴을 모르면서 설레 하기도 하고, 이런 사람이라면 나와 잘 맞겠다 하는 상상도 한다. 보통의 존재의 글은 나에게 그런 상상을 하게 만들었다. 무려 나이 차이가 띠동갑인데도 왠지 실제로 만나면 그런 것 따위 관계없이 긴 얘기를 나눌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그 사람의 이야기를 듣는 것이 무척이나 재밌을 것 같다. 평생 실제로 만날 일도, 얘기 나눌 일도 없겠지만 말이다.



내가 이렇게 느끼는 데에는 나와 비슷한 사람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부분들을 꽤 많이 발견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많은 부분에서 놀랐다. 이렇게 생각하고 있는 사람이 또 있구나, 이 사람도 이렇구나. 특히 책을 읽기 시작한 계기가 그랬다.




그러던 어느 날 내게 작은 변화가 생겼다. 본격적으로 책을 사기 시작한 것이다. 그동안은 서점에 들러도 이 책 저 책 들춰보기나 할 뿐 그저 서점에 가는 것만으로 만족하던 내가 읽지도 못하는 책을 사게 된 건 친구의 조언 때문이었다. 2007년, 나는 한 사람 때문에 열병을 앓았고, 다시는 겪고 싶지 않을 만큼 커다란 고통을 겪었다. 그것이 도저히 나의 힘으로는 스스로를 구해내지 못할 지경이 되자, 절망 속에서 친구에게 구원의 손길을 청했을 때 친구가 알려준 해결책은 다음과 같았다.

"석원아, 공부해. 그리고 운동해."

고통을 잊기 위해, 나는 지체 없이 달리기를 시작했고 서점에 나가서 책을 사 모았다. 비록 읽지는 못해도 내 나름의 구미를 당기고 취향에 맞는 책들은 있었기 때문에 그러한 것들을 골라 한두 권씩 사기 시작했던 것이다. 서점에 가는 횟수가 점점 많아지고 한 번 갈 때마다 쇼핑 바구니에 담기는 책의 권수가 늘어가면서, 어느새 그것들은 나의 중요한 취미이자 낙이 되었다.




책이 구원이었던 것, 그리고 결국 그것이 낙이 된 것, 그리고 이렇게 글을 쓰게 된 것이 정말 비슷했다. 주변에서 이런 사람을 본 적이 없는 나는 비록 책이지만 그 누군가를 발견한 것 같은 반가움에 심장이 마구마구 뛰었다. 이 사람이 지금 내 앞에 앉아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까지 하면서 말이다.



작가는 자신의 이야기를 쓴 것뿐인데 내가 그의 이야기에 공감하면서 이해받는다는 느낌이 든다는 것이 신기하다. 그를 이해하면서 결국 내가 나를 이해하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일까. 이 책을 읽으면서 글을 쓰고 싶은 욕구가, 자극이 불쑥불쑥 나를 찔렀다. 쿡쿡. 그래서 메모한 것들이 굉장히 많다. 글쓰기 욕구를 자극하는 에세이 책이다. 만약 한동안 글쓰기에 대한 열정이 사그라드는 것에 조바심을 느끼는 사람이 있다면 도움이 될지도 모르겠다. 100%는 아니지만 나와 비슷한 사람이라면 당장 무언가를 끄적거리게 될 것이다.



자신의 과거, 비밀 비슷한 그 무엇, 단점들을 나누는 건 모 아니면 도다. 완전히 이해받거나 완전히 내쳐지거나. 나는 그를 적어도 책 속의 그를 완전히 이해하게 된 것 같다. 뒤늦게 읽은 첫 번째 산문집에 이어 최근 나온 두 번째 산문집도 빨리 읽고싶어지는 걸 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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