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일 모임
생일을 함께 보낸다는 것, 얼핏 생각하면 아무것도 아닌 것 같지만 다르게 생각하면 꽤나 의미 있는 일이다. 태어났다는 사실을, 존재가 생겨났음을 축하해주는 것이 얼마나 고맙고 따뜻한 일인가. 내가 태어났다고, 나라는 존재가 이 세상에서 살게 됐다고 아직도 살아있다고 매년 축하한다 말해주고, 선물을 챙겨주고, 함께 웃어주고. 매년 돌아온다고 당연하게 생각했던 생일 모임이 올해 새삼 다르게 느껴진다.
지난번 모임에서 떠올린 친구들의 미소, 웃음소리, 건강한 얼굴이 이번 모임에서도 이어지기를 바라게 되고, 실제 만났을 때 여전히 건강하게 웃고 있는 모습을 보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며 기쁘고 한편으로는 뭉클하다. 꼴랑 합해서 네 명뿐이지만 모두가 그럴 수 있다는 것에 새삼스럽게 감사하는 마음이 들었다. 누구에게 감사한지는 모르겠지만.
어른이 되어갈수록 다가오는 시련의 크기는 더욱 커지고, 감당해야 할 일들도 많아지고, 변수도 많아진다. 그만큼 우리가 함께 하지 못할 확률도 전보다 더 높아진다. 다 함께 한다고 하더라도 누구 하나 너무 힘든 상황에 놓이게 되면 다 함께 웃기가 힘들어질 수도 있다. 그런데 너무나 다행히도 우리는 올해도 다 함께 웃을 수 있었다. 마음 놓고 축하해줄 수 있었다.
물론 모두 나름의 고민들을 안고 살아간다. 세린이는 2세 계획에 대해 고민이 많고, 상훈이는 집안일, 회사일, 2세 계획 등 인생의 전환점을 앞두고 있고, 아름이는 다이어트에 돌입해 그렇게 좋아하는 간식들 줄여가며 열심히 건강 관리 중이고, 나 또한 일과 건강 문제 때문에 애를 쓰며 살고 있다. 모일 때마다 저마다 고민을 얘기하고 크게 한숨도 내쉬지만 다 같이 고등학생 때로 돌아가 철없이 한바탕 웃으며 떠들다 보면 그 고민들이 우리의 웃음소리에 떠밀려 사라지는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로 마음이 가벼워진다. 물론 현실로 돌아가면 다시 맞닥뜨리게 되겠지만.
다음 생일 모임은 내 생일날이다. 그들은 내가 태어난 것을 축하해주기 위해 올해도 어김없이 뭘 갖고 싶냐고 물을 것이고, 뭘 먹고 싶냐고 물을 것이고, 언제 만날지 물을 것이다. 그리고 또 만나서 밥을 먹고, 선물을 주고받고, 축하를 하고 받고, 커피를 마시고, 별것 아닌 걸로 웃고 떠들고 투덜거리고 하겠지. 그리고 헤어지면서 다음 모임을 기약하겠지. 그렇게 계속 무한 반복됐으면 좋겠다. 아주 특별할 것 없어도 아니 특별할 것 없이 지금 이대로 되도록이면 오랫동안 반복됐으면 좋겠다. 그들, 그리고 이 모임 존재 자체가 내 삶의 큰 의미이자, 큰 도움이 되니까.
그나저나 이번 생일 선물은 뭘 사달라고 할까나. 다음 만남 때까지 고민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