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Inside Wisdom

진정으로 아름다운 인생

로베르토 베니니의 '인생은 아름다워'를 보고

by A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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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영화를 보실 분들은 참고하세요.)


진정으로 고귀하고 우아하고 아름답고 가치 있는, 인간다운 삶과 죽음이란 뭘까. 또 그런 사람이란 어떤 사람일까, 어떤 모습일까. 나는 이 영화를 통해 이 물음에 대한 답을 찾았다. 이 영화 속에 그런 삶과 죽음, 사람이 있었다.



귀도와 도라는 인간이 얼마나 고귀하고 사랑스러운 존재인지 너무 잘 보여주는 인물이다. 신분, 외모, 인종, 종교 등 모든 것을 떠나 인간의 그 존재 자체가 얼마큼 아름다워질 수 있는지, 고귀하고 우아할 수 있는지 두 사람을 보면 알 수 있다. 두 사람의 사랑, 사랑에 대한 태도, 서로를 지키기 위한 행동, 자식을 위한 사랑 그 모든 것이 참으로 순수하고 고결하다. 내가 말하는 고귀, 우아, 순수, 고결이라는 단어는 보통 겉으로 보이는 분위기를 뜻하는 단어가 아닌 그것보다 한 차원 더 높은 의미를 말한다. 고통과 고난, 슬픔, 고뇌를 이기고 끝내 웃고 있는 인간의 모습을 통해 볼 수 있는 것들, 그리고 그런 그들에게만 어울리는 단어들이다. 겉모습을 깨끗하고 우아하게 가꾼다고 어울릴 수 있는 단어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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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은 신분, 좋은 옷, 좋은 집, 좋은 차, 높은 교육 수준만이 그런 고귀한 인간의 삶을 만들어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귀도와 도라의 삶을 보면 알 수 있다. 도라는 용기 있고, 자상하고, 재미있는 하지만 자신보다 좋지 못한 환경에 처한 그 남자를 사랑했고, 용기를 내 모든 것을 버리고 그 남자를 따라나선다. 뿐만 아니라 유태인 수용소로 끌려가는 남편과 아들을 따라가 그들과 함께 고통을 견딘다. 그녀는 가지 않아도 되는 신분이었는데도 말이다. 그리고 그 안에서도 남편과 아들 걱정뿐이다.



귀도는 또 어떤가. 누가 봐도 반할 만한 외모나 뛰어난 능력이나 좋은 환경을 타고난 사람은 아니지만 이 영화에서 그는 정말 너무나도 사랑스럽다. 작은 키에 듬성듬성한 머리숱, 툭 튀어나온 광대. 어떻게 보면 조금 우스꽝스럽게 생겼지만 그 모든 것이 사랑스럽게 느껴진다. 자신이 사랑하는 여자를 공주님이라 부르는 그의 입, 수용소 안에서 겁먹을지 모를 아들을 위해 힘든 상황 속에서도 찡긋 윙크하는 그의 눈, 자신이 죽을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아들을 안심시키기 위해 보여주는 우스꽝스러운 그의 걸음걸이와 미소 그 모든 것이 눈물이 날 만큼 사랑스럽고 아름답다.



특히 수용소 안에서 자신이 사랑하는 아내 도라를 위해 그녀가 좋아하는 호프만 이야기 중 '뱃놀이'라는 오페라 곡을 들려주는 장면에서 귀도는 남편으로서, 남자로서 뿐만 아니라 한 인간으로서 보는 사람이 벅찰 정도로 멋졌고, 사랑스러웠다. 그 열악한 상황에서도 그녀와 함께 보게 됐던 오페라를 떠올리고, 사랑하는 마음을 담아 그 음악을 허공에 띄워 보내는 귀도. 또 그 음악을 듣자마자 그가 보낸 것이란 걸 알고 금방 눈물이 차오르는 도라. 이 두 사람의 모습은 비록 몰골은 말이 아니지만 그 어떤 연인들보다 반짝반짝 빛이 나고 아름다워 보였다.



그렇게 사랑스러운 그들을 보면서 '좋은 부모'에 대해서도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됐다. 부모의 경제력, 교육 수준, 좋은 환경도 아이에게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그게 아니라는 것을 귀도를 통해 알 수 있었다. 귀도만큼 좋은 부모가 또 있을까? 돈 많고, 학벌 좋고, 좋은 직업을 가져야만 좋은 부모일까? 좋은 장난감을 사주고 좋은 옷을 입히고 좋은 음식을 먹여야만 좋은 부모일까? 아니다. 좋은 사람이어야 좋은 부모도 되는 거다. 이 영화를 보면서 더욱 확실하게 그려졌다. 영화 속에서 귀도가 아이에게 보여주는 미소, 아이와 나누는 대화, 아내에게 대하는 태도, 그리고 힘든 상황 속에서 그가 보여주는 강인한 정신력은 아이에게 좋은 부모란 어떤 부모인지 또 좋은 부모와 좋은 사람이 결코 구분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더욱 확실히 알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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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를 구한 전쟁 영웅들만이 위대하고 숭고할까, 세계 최초 컴퓨터를 개발해야만 위대할까, 수많은 사람들을 구해야만 영웅일까. 나에겐 자신에게 가장 소중한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 끝까지 웃을 수 있는 용기를 잃지 않았던, 그들을 구하기 위해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움직였던, 기꺼이 자신을 내던졌던 귀도가 진짜 멋지고 아름답고 숭고한 영웅처럼 느껴진다. 또 그런 그의 삶과 죽음이야말로 진정으로 고귀하고 가치 있고 인간다운 것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누가 귀도의 인생을 불행하다고 말할 수 있을까. 그의 인생은 이 영화 속에서 짧았지만 정말 아름다웠다. 희생된 귀도의 생이 안타깝고 슬프고 아쉽긴 하지만 그는 결국 자신이 지키고자 했던 사람들의 얼굴에 미소를 남겼으니 말이다. 끝내 아버지가 죽은 줄 모르는 조수아는 웃고 있는 엄마 품에 안겨 팔을 번쩍 들고 이렇게 외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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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이겼어! 우리가 1,000점을 땄어. 배꼽 빠지는 줄 알았어. 우리가 일등이야! 탱크를 탈 거야! 우리가 이겼어!!!"




그의 희생이 지킨 미소와 외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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