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모른다. 그래서 재밌다. 내가 사랑해 마지않는 빨간 머리 앤도 말했다. 인생은 생각대로 되지 않아서 멋지다고.
내가 바로 그렇게 생각대로 되지 않은 하지만 나름 재밌는 인생을 살고 있다. 돋보기로 들여다보면 누가 못지 않게 힘들고 괴로운 부분도 있지만 전체적으로 따져 보자면 그렇다. 영어를 전공한 나는 음악을 하고 있고, 누구보다 안정적인 삶을 추구하던 나는 사업을 하고 있고, 누구보다 평범한 이름을 가진 나는 남들이 쉴 때 일을 하고, 남들이 일을 할 때 쉰다. 내 뜻대로 된 일은 하나도 없는데 그게 내 삶을 만들었다. 그리고 그게 '나'가 되었다.
아주 오래전, 주말 아침마다 날카롭고 쩌렁쩌렁한 소음에 짜증스럽게 눈을 떴었다. 아빠가 색소폰의 마우스 피스를 부는 소리였다. 나와는 상관없는 그저 시끄러운 소리를 내는 저 물건을 당장이라도 창 밖으로 던져버리고 잠을 좀 더 자고 싶다라고 생각했던 나는 그 물건을 가지고 색소폰을 연주한다. 그리고 오래전 혼자 집에서 왕따가 될 뻔한 아빠는 이제 나와 함께 연주하신다.
평범한 이름처럼 평범한 삶의 표본과 같은 삶을 살고 있던 나는 계속해서 평범한 직장인의 삶을 살고 있을 거라고 예상했지만 평범한 직장인들이 점심을 먹고 커피 한 잔의 여유를 가질 지금 이 시간에 나는 그들 사이에 앉아 이 글을 쓰고 있다. 오늘 나의 출근 시간은 오후 3시다.
모두가 입을 모아 가장 먼저 결혼할 것 같다고 했던 나는 이제 얼마 남지 않은 싱글녀로 친구들 곁에 남게 됐다. SNS가 친구들 2세의 사진들로 가득 찰 때 듬성듬성 나의 혼자 놀기 일상을 기록하고 친구들이 남편과 알콩달콩 신혼을 보낼 때 남 몰래 외로워하기도 하고. 친구들이 남편 욕을 늘어놓을 때 남 몰래 휴 난 혼자여서 다행이다 하고 가슴을 쓸어내리기도 한다. 노처녀라는 단어는 어릴 적 시집 못 간 이모에게나 어울릴 단어라고 생각했었는데 이제 그 이름표를 달고 있는 이모가 바로 내가 됐다.
단 한 번도 꿈꿔 본 적이, 상상해 본 적이 없는 삶을 살고 있는 나는 그래서 힘들기도 하지만 그래서 재밌기도 하다. 앞으로도 내가 장담할 수 있는 일은 없고 내가 계획한 대로 생각한 대로 될 리가 없는 인생을 살게 될 것이다. 과연 또 어떤 삶이 내 눈 앞에 나타나게 될까. 궁금하다. 그리고 기다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