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필요하다.
멈춰 있는 생각의 흐름을 뚫어줄
굳어 있는 생각을 말랑말랑하게 해 줄
비어 있는 곳을 새로운 것으로 채울 시간.
그러기에 한낮의 햇살과
낯선 장소와 사람들에게 둘러싸인 공간과
두세 시간 정도의 고독이 필요하다.
정처 없이, 목적 없이
읽고, 보고, 듣고, 써 보는 그 시간.
그 시간은 어제의 나를 깨끗이 씻어 내보내주고
새로운 나로 가득 채워준다.
그런 시간 없이
매일매일을 보내는 것은 위험하다.
생각의 흐름이 어느새 꽉 막혀버리고
딱딱하게 굳어버리고
군데군데 구멍이 뻥뻥 뚫려버린다.
그러다 삶의 권태에 도달하고
삶의 의미를 상실하고
나중에 그 사실조차 깨닫지 못하게 된다.
살아 있어도, 살아 있음을 느끼지 못하게 된다.
그런 사람의 얼굴에서는
생기를 찾아볼 수가 없다.
손끝에서도, 발끝에서도
그 무엇에서도 느낄 수가 없다.
서서히 매력도 떨어져 나간다.
끝내 자신감도.
가끔 그런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게으름을 피운다.
좀 더 지혜로운 게으름을 피울 기회를 미룬다.
그리고 머지않아 그 대가를 받는다.
시간도, 내 몸도, 생각도 축축 늘어져
생기를 잃어가는 나를 마주하는 대가를.
시간이 필요하다.
자유롭게 나를 놓아줄 시간
목적 없는 비행을 할 시간.
그 시간들 속에서
어제와는 조금 다른 내가 되어 가는 느낌이 좋다.
그렇게 하루하루 나이 먹고 싶다.
그렇게 나이 들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