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책도 책이지

by Ann

ㅣ7/3 (일)


책에 관련된 콘텐츠에는 어떤 것이든 관심이 많은 나는 전자책에도 관심이 많다. 예전에는 '무조건 책은 종이책이야'라고 생각했었다. 책의 질감 자체를 좋아했으니까. 지금도 좋다. 하지만 약간 생각이 달라졌다. 전자책도 '필요'하다.


나의 공간은 좁다. 아직 부모님에게서 독립하지 못한 나에게 허락된 공간은 아주 자그마한 내 방 하나와 사무실 책상 정도. 그곳에 내가 사들인 책님들을 모시기엔 너무나도 송구스러운 일이었다. 그래도 어쩔 수 없이 꾸역꾸역 모셔두었는데 그마저도 부족해 이제 더 이상 새로운 책님을 모실 자리가 없다.


내가 독립을 할 때까지 최대한 책을 더디게 불려야 했다. 그래서 난 계획을 세웠다. 한동안 이용하지 않았던 도서관을 다시 활용하기 시작했고, 전자책에 눈길을 돌렸다. 전자책은 결코 자리를 차지하지 않으니까 지금 내 문제에 안성맞춤인 해결책이었다. 최소한의 책을 전자책으로 보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가지고 있던 아이패드 미니로 시작했는데 눈에 피로가 장난이 아니었다. 미니로 책을 보다가 잠시 허공을 쳐다보면 무수한 검은 반점들이 생기고, 눈이 건조해지는 것이 느껴졌다. 약간 어지러울 때도 있었다. 아, 이게 전자책의 한계인가 싶을 때 전자책 전용 단말기 '리디북스 페이퍼'를 알게 됐다. 눈의 피로가 훨씬 덜하고 실제 종이책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마음에 들었다. 하지만 나에겐 사치였다. 책을 볼 수 있는 도구들이 이미 충분히 있으니까.


계속 마음 한편 장바구니에 넣어두고 잊고 있었는데 어느 날 그게 장바구니에서 내 손으로 옮겨왔다. 생일 선물로 받게 된 것이다.


확실히 아이패드보다 책 읽는 것에 최적화 되어 있었다. 눈의 피로도가 현저히 낮고, 빛에 반사되지 않고, 종이책의 느낌이 그대로 와 닿고, 크기가 적당히 작고 가벼워서 휴대하기도, 언제 어디서 꺼내 보기에도 좋다. 책에 집중하기엔 딱 좋은 도구다.


아직도 여전히 종이책에 대한 집착이 사그라지지 않았지만 종이책의 느낌을 고스란히 전해주려는 전자책 전용 단말기의 노력이 나의 마음을 흔들었다. 종이책이 사라질까? 전자책 단말기를 사용해보기 전에는 '절대 사라지지 않을 거야'라고 확신했었는데 지금은 생각이 좀 바뀌었다. 종이책에 최대한 근접한, 종이책의 질감과 양감을 느끼게 해주는 단말기가 만들어질 것 같다는 예감이 들었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종이책에서 얻는 만족도를 그대로 전자책 단말기에 가져오지 못할 이유가 전혀 없다. 요즘 같은 세상에서 말이다.


그래도 여전히 전자책을 구매할 때 몇 번이고 망설이고 고민한다. 왠지 내 것이 되는 것 같지가 않달까. 내가 소유하는 것이 아닌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역시 나는 무엇인가 소유하기 위해 책을 사고 있는 거다. 이 소유욕은 아무리 좋은 전자책 전용 단말기가 만들어진다고 하더라도 충족시켜줄 수가 없을 것 같다.


사고 싶다. 책. 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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