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한 아리타 마을 드라이브와 아리타역 명물 야키카레 에키벤 맛보기
이마리(伊万里)에서 아리타(有田)까지는 차로 얼마 걸리지 않는다. 아리타로 가는 길에 가볍게 들렀다 갈만한 곳이라면 계단식 논이 있다. 사실 이마리에 있던 안내 책자에서 발견하고 가는 길이니 지나가자 싶어 잠시 들렀다.
나름 관광지인 것 같아 들렀는데 막상 들르니 휑한 것이 마치 교외 국도에 있는 오래된 휴게소 같은 것이 있었다. 관광안내소인 모양인데 당시에는 문이 닫혀있었다. 그 옆으로는 계단식 논이 펼쳐져 있었는데 날씨가 흐려 아쉬웠지만 나름 상쾌한 공기 쐬기에 좋았다. 꼬불꼬불한 길을 열심히 운전하여 올라가 만난 계단식 논이었다.
아리타에 진입하여 처음 만난 것은 이즈미야마 채석장이었다. 400년 전 조선인 이삼평의 도공들이 이즈미야마 채석장에서 도자기 제작에 사용할 수 있는 돌을 발견하여 일본 최초로 도자기를 굽는데 성공했다고 한다. 현재는 채굴은 하지 않고 멀리서 견학만 할 수 있다. 아리타 도자기의 발상지 같은 곳이었다.
이즈미야마 채석성 옆에는 도산신사(陶山神社)가 있다. 도산신사는 일본 최초의 자기를 완성시킨 조선인 이삼평의 제사를 올리는 신사인데, 신사 옆 동산을 오르면 도조 이삼평비가 있다. 마치 하늘에 제사를 지내는 제단같은 모습이었다. 날씨까지 한 몫 했다.
도산신사에는 다른 신사에서 볼 수 없는 백자로 만든 도리이(鳥居)가 있다. 역시 일본 도자기의 아버지를 모시는 신사다웠다. 그것이 또 우리 선조라는 것이 자랑스러우면서도, 자발적으로 건너가 전수해준 것이 아니라 끌려가다시피 한 것이기에 안타깝기도 했다.
도산 신사 입구 주차장 앞은 분위기 좋은 철길이 이어져 있다. 이따금 완행열차나 보통 열차가 지나가는데 사세보선(佐世保線) 철길이니 이 곳을 지나가는 열차는 아리타역에 도착할 것이다.
이어 아리타역에 들러 간단히 에키벤을 맛보고 돌아갈 생각이었다. 주차는 아리타역 왼편과 오른편에 마련된 유료 주차장을 이용한다. 먼저 주차를 하고 아리타 역 안에 있는 JR사무실에서 주차료를 납부하고 이때 받는 영수증을 차 앞유리에 가져다둔다. 주차료는 종일요금으로 300엔 정도인데 시간과 상관없이 하루에 300엔을 받는다.
아리타역은 시골 기차역이라서 특별한 것은 없고 이곳 명물이라는 야키카레 에키벤을 먹으러 오는 여행객과 도자기 사러 오는 사람이 꽤 있다.
역사에 들어서면 오른편에 있는 매점에서 판매하고 있다. 원래는 갤러리 오오타(ギャラリーおおた)라는 곳에서 판매하는데 아리타역에서도 판매하니 굳이 그곳까지 가지 않았다. 아리타 야키카레 에키벤이 규슈 에키벤 그랑프리에서 우승과 준우승을 연이어 수상했다고 하니 맛을 보지 않을 수 없다. 안내 책자에서는 1,500엔이라고 보았는데 실제로는 1,600엔이었다. 이 가격은 역사에서만 좀 더 비싸게 파는 것인지, 가격 자체가 오른 것인지 모르겠다.
매점 아주머니께서 바로 먹을거냐며 데워주겠다고 하셔서 따끈하게 데운 야키카레 에키벤을 들고 차로 돌아왔다. 역사에는 마땅히 먹을 곳이 없지만, 우리에게는 집과 같이 아늑한 렌트카가 있었다.
야키카레는 아리타 물을 사용하고 사가현에서 재배한 쌀과 식재료만 사용하여 만든다고 한다. 여기에 28가지 향신료를 더해 카레를 만들어 카레 제조에만 일주일이 걸린다고 한다. 가만보면 일본 식당에서는 그 지역에서 재배한 쌀, 채소, 소고기, 또는 그 지역에서 잡은 생선과 같은 것을 많이 강조하는 듯 하다.
한약재가 들어갔다는 것을 냄새에서부터 알 수 있었다. 일반 카레와는 향이 달랐고 모형에서처럼 모짜렐라 치즈가 하얗게 녹아 있었다.
간식처럼 남편과 간단히 나눠먹기 좋았다. 다 먹고 가져온 아리타야키(有田焼/아리타에서 구운 도자기) 그릇은 지금도 우리집 식탁에 간식거리를 담아 자리잡고 있다.
아리타역 맞은 편에 왠지 귀여운 외관의 건물이 눈에 띄었다. 가서 보니 아리타 관광안내소였다. 이곳은 카페도 함께 운영하고 있으니 차 한잔하며 쉬어가는 것도 좋겠다. 남편이 예전에 아리타에 왔을 때는 보지 못했다고 하니 생긴지 오래 되지 않은 모양이다.
안내소 옆에 주차되어 있던 고풍스런 차는 실제로 렌트도 가능한 모양이다. 혹시 JR로 아리타에 들르게 된다면 잠시 렌트하여 주변 관광지들을 둘러보아도 나쁘지 않겠다.
관광안내소에 들른 김에 남편은 1616아리타재팬 그릇 파는 곳을 물어보자고 했다. 인자한 모습의 할아버지가 안내해준 곳은 바로 아리타 도자기 마을 플라자였다. 도자기 마을 플라자 안에서도 한 점포에서만 판매하고 있는데, 오후 5시까지 영업한다고 했다. 우리가 안내소에 들렀던 시간이 오후 4시였기에 갑자기 마음이 급해져 그 길로 도자기 마을 플라자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