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기분 나쁘지 않은 크리틱은 있다
통대 다니면서 배우는 것 중에는 과목으로 정해진 것은 아니지만 누구나 겪게 되고 익숙해지는 것이 하나 있다. 바로 크리틱. 쉽게 말하면 오류 지적. 오류인지 실수인지는 경우에 따라 다르지만, 어쨌든 모든 수업과 스터디에서 크리틱은 빠지지 않는다.
내가 한 통역과 번역에 대해 동료와 교수님이 크리틱을 해주는 것은 모두 실력 향상을 위한 것이다.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고 더 나은 통역과 번역을 하는 것. 그런데 사실 남이 나에 대해(정확히 말하면 나의 통역/번역에 대해) 지적을 한다는 것이 사실 그렇게 썩 기분 좋은 일은 아니다. 이것도 기분의 영향을 받기 때문에 기분이 조금 좋고 마음의 여유가 있는 날에는 크리틱을 받아도 "맞아, 맞아.", "아, 내가 왜 그랬지?" 등 크리틱을 받아들이는 것이 조금 수월하다. 그런데 기분이 안 좋고 컨디션이 별로인 날은 매일 받던 크리틱에도 쉽게 기분이 상하고 나 자신에게 실망하며 포기하고 싶은 생각까지 든다.
한편 받아들이는 사람의 컨디션과 별개로 언제 들어도 기분 나쁜 크리틱이 있다. 바로 감정을 싣는 것. 스스로는 모른다. 난 팩트, 즉 틀린 부분만 지적했다고 생각할 텐데 사실 그 말에 감정이 들어가 있을 때가 있다. 이를테면 "무슨 뜻이야?", "무슨 말을 하려는 건지 이해가 안가." 같은 말. 정말 통역(또는 번역)이 이해가 안 가서 한 말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사실 이것은 불필요한 개인 생각을 전달하는 것뿐이다. 그저 이해 안 된 문장이나 부분이 통역에 제대로 살지 않았다는 정도만 해도 괜찮다. 크리틱을 받는 사람도 사실 그런 부분은 자신이 없었기 때문에 이 정도로만 크리틱을 줘도 이해를 한다.
그럼 크리틱은 어떻게 해야 하나? 객관적 사실만 전달하면 된다. 이 부분이 누락이었다, 이 부분이 오역이었다, 이런 표현은 좋지 않다 등 정말 통번역 결과물에 대한 사실만 크리틱을 주면 된다. 말로는 "내가 주는 크리틱을 인격에 대한 크리틱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어."라고 하면서 (인격까지는 아니더라도) 감정을 실어 크리틱 하면 상대방도 느낀다. 기분이 나쁘다. 이렇게 말하는 나도 언젠가 실수한 적이 분명 있을 것이다. 스터디하면서 상대방의 통역이 끝나면 최대한 틀린 부분만 빨리 집고 넘어가려고 노력하는데도 분명 내가 생각하지 못한 부분에서 상처를 받은 사람이 있을 것 같다. 지금이라도 사과한다.(ㅎㅎ)
기분 좋은 크리틱이란 없다. 하지만 기분 나쁜 크리틱은 분명 있다. 인이 박히도록 크리틱을 많이 받는 2년 과정을 거쳐도 여전히 크리틱은 달갑지 만은 않은 존재이다. 최대한 덤덤하게 크리틱을 받아들이려는 노력과 최대한 오류의 사실만 전달하려는 노력을 함께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