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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ANA Sep 29. 2019

통대생에게 막학기란

떨리지만 떠나고 싶지 않은 통역 부스

  마지막 학기는 정말 육체적으로 힘들다. 평소 운동도 하고 나름 체력 관리를 꾸준히 했는데 수업 준비도, 스터디 준비도, 복습도 양 자체가 너무 늘었다. 누군가 시킨 것이 많아 양이 늘어난 것은 아닌데, 아무래도 졸업 시험이라는 난관이 있다 보니 스스로 양을 많이 늘리고 있는 것 같다.


영양제도 열심히 먹어본다

  9월 초 마지막 학기가 막 시작했을 때, 여느 학기와 달리 뭔가 의욕이 잘 생기지 않았다. 입학의 기쁨으로 매일이 설레던 학기는 진작에 지났고, 동시통역이라는 새로운 것을 배운다는 두근거림으로 다니던 시기도 지난 것 같고, 뭔가 내가 꿈꾸던 통대 생활이 끝나간다는 아쉬움 때문이었을까... 처음 2주 정도는 힘이 나지 않았다. 그 와중에 그래도 막학기 코스프레는 해야 해서 안 먹던 영양제를 챙겨 먹으며 심신을 '막학기 모드'에 맞춰가고 있었다.


가방엔 간식 한두 개를 항상 구비하게 된다

  그래도 마지막 학기인 만큼 내 의지가 조금 부족해도 동기들의 으쌰 으쌰 하는 분위기 덕분에 나 역시 단체 스터디와 공부하는 분위기를 잘 따라가고 있다. 사실 졸업시험 탓에 의지와 상관없이 몸과 머리가 저절로 움직이는 것 같다. 대범한 성격이 아니라, 의욕이 떨어져도 또 될 대로 되라며 아예 놓아버릴 용기까지는 없다.


자발적 자습도 늘어나고요

  오늘 집에 오늘 길에 나에게 마지막 학기가 어떤 의미일까 생각해보았다. 단순히 졸업을 앞둔 학기가 아니라, 좀 더 큰 의미가 있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나름의 힘든 수험 생활과 입학시험을 거쳐 2년간 듣고 싶었던 수업을 듣고 난 지금 통대생에게 막학기는 단순히 마지막인 학기는 아닐 것이다.  당장 졸업 시험도 중요하지만 일단 시야를 좀 더 넓혀보면, 이제 곧 사회로 나갈 준비 또는 ‘다시’ 사회로 나갈 준비를 하는 시기이기도 하고, 2년간 통대를 다닌 결과 정말 통역이 내 길이 맞는 것 같은지도 고민해 보아야 한다.


커피 한 잔이 필수가 되는 목요일 오후

  사회생활을 하다가 통역이 너무 하고 싶다는 강한 열망과 확신으로 통대에 들어왔지만, 간혹 의욕이 너무 떨어지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던 중, 난 그래도 이 일이 너무 하고 싶다고 느낀 날이 있다. 지난 모의 국제회의 시간이 그랬다.


모의 국제회의 수업 전 마지막 점검

  우리 반이 모의 국제회의를 준비하고 우리 한중과가 피봇이 되는 날이었다. 내가 맡은 파트는 중국인 연사 파트가 아닌 불어 연사 파트였기 때문에, 피봇이 되는 시간은 연설 사이사이의 중국어 사회자 멘트와 질의응답 타임이었다. 중국어 연사 파트를 맡은 동기만큼은 아니었지만, 꽤 즉흥적으로 진행되는 부분들이라 실전 같은 기분으로 피봇 역할을 해볼 수 있었다. 피봇 연습만큼이나 동기와 페어로 통역을 하는 연습도 뜻깊었다. 실제로도 동시통역을 혼자서 할 일은 거의 없을 것이므로 이 연습 또한 필요한 부분이고, 파트너와의 호흡을 어떻게 맞출 것인가도 고민해보는 시간이었다.


설레는 자리, 떨리는 자리, 계속 있고 싶은 자리

  내 한국어를 듣고 다른 언어 통역사분들이 그들의 언어로 통역해야 한다고 생각하면, 피봇은 너무나도 부담되고 어깨가 무거운 역할이다. 평소 중한 통역 시간에 ‘이 정도면 통하겠지?’라고 생각하고 내놓던 통역도 ‘아 다른 언어권 통역사분들은 못 알아들으려나..? 약간 중국어스러운 표현인가?’라고 한 번 더 고민해보게 된다. 그리고 옆에 있는 파트너에게 어떻게 하면 내가 도움이 될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조금이나마 수월한 통역이었다고 생각할까, 하고 고민하며 파트너 통역 타임에도 열심히 숫자를 적어보고 나열되는 용어도 알려 노력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저 자리가 너무 설렌다. 떨리지만, 부담되지만, 계속 있고 싶은 자리랄까... 아직 부족하고 더 잘하고 싶은 맘이 가득이지만, 어쨌든 한 번이라도 더 통역해보고 싶고 한 줄이라도 더 해보고 싶다. 평소 수업 시간에도 매일 부스에서 연습했지만, 이 날의 보다 실전 같은 연습이 내게는 큰 동기부여가 되었다.

  그래서 생각했다. 모든 통대생에게....라고 하기에는 너무 과하고 적어도 ‘나’라는 통대생에게 통대 막학기란, 내가 이곳에서 힘들다면서도 다시 부스에 들어가 연습해보고 ‘너무 어렵다ㅜㅜ’라는 말도 웃으며 하는 이유를 깨닫게 해주는 시간이다. 그래서 더욱 소중한 학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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