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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틀즈를 느끼며 맛보는 사가규 스테이크

일본 사가 스테이크집, 데이코쿠 이매진 (帝國イマジン)

by DANA

이번 사가여행은 아무 계획도 짜지 않았지만, 한가지 확실했던 비전은 사가규(佐賀牛/사가 소고기)를 실컷 맛보는 것이었다. 그래서 도착한 첫 날 점심부터 사가규 스테이크로 시작했다. 바로 스테이크 전문점인 데이코쿠 이매진 (帝國イマジン) 이다.


가이드맵에서 이 집은 오래된 노포이고 예약하지 않으면 맛보기 힘들다는 소개내용을 보고 더욱 기대감에 가득찼다. 사가역에서는 약간 거리가 있는 편인데, 여행 첫 날이라 기운이 펄펄났는지 약 30분을 걸어서 이동했다. 우리 부부에게는 산책삼아 걷기 좋은 거리였다.


나무에 둘러쌓인 식당 외관이 신비한 느낌마저 주었다. '제국 이매진'이라는 가게 이름도 특이했고 '스테이크집(스테키야 / ステーキ屋)'을 비슷한 발음의 언어유희로 '멋진 집 (스테키야 / 素敵屋*)'이라고 표현하는 것도 재미있었다.


우리가 입구에 있을 때 동네 아주머니 한 무리가 식사모임을 위해 식당으로 들어갔다. 가정집같은 모양새의 입구였는데, 일단 신발을 벗고 들어가 혹시 자리가 있는지 확인해보았다. 주인 아주머니로 보이는 분께 예약하지 않았는데 괜찮냐고 물으니 오늘은 예약이 없어 괜찮다고 했다.


입구에는 다소 잡다하다 싶을 정도로 각종 장식품과 인형들이 놓여있었다.


이곳은 일본어가 어렵다면 주문이 약간 어려울 수 있겠다. 평일, 주말 상관없이 오전 11시 30분부터 오후 2시까지는 런치메뉴가 준비된다. 런치메뉴 소개는 아래와 같다. 기본적으로 수프와 빵(또는 밥)이 포함된다.

* 제국 런치 950엔(세금포함)/후식커피 포함시 1200엔: 숯불구이 치킨 스테이크
* 햄버그 런치 1080엔(세금포함)/후식커피 포함시 1250엔: 특제 와규 햄버그
* 욕심쟁이 런치 2100엔(세금포함, 커피 포함): 숯불구이 치킨, 햄버그, 커피
* 스테이크 런치 3240엔 (세금포함, 커피/샐러드 포함): 숯불구이 와규 로스 150g
* 레이디스 런치 2900엔 (세금포함, 커피/샐러드/디저트 포함): 흑와규 미니 스테이크 (여성와 남성 어르신만 주문 가능)

우리는 커피를 추가한 햄버그 런치와 스테이크 런치를 주문했다.


맥주와 와인도 판다. 큰 병으로 파는 맥주가 있는데, 기린 라거(700엔), 아사히 드라이(700엔), 에비스(800엔) 세종류가 있다. 와인은 화이트와 레드 와인을 글라스로 파는데, 잔당 600엔이다.


주문을 마치고 식당 내부를 둘러보았다. 전체적으로 약간 어두운 조명의 클래식한 공간이었다.


테이블 옆에는 피아노와 피아노 교본이 많았다.


가게 이름을 처음 들었을 때는 아무 생각 없었는데, 음식을 기다리면서 주변을 둘러보니 비틀즈 사진이 많았다. 남편이 '이매진'은 왠지 비틀즈 노래 제목을 말하는 것 같다고 했다.


화장실에도 비틀즈로 도배된 것을 보고 그 '이매진'은 비틀즈의 '이매진'이 맞을거라며 확신했다.


남편과 이야기하며 있는데, 주인 아주머니가 갑자기 책 한권을 들고와서 보여준다. 예전에 한국어 공부를 하려고 샀는데 아직도 제대로 못하고 있다며 수줍어하셨다. 그러고는 또 한국 패션잡지 한권을 들고 와서 보라고 주셨다. 2016년 8월 코스모폴리탄 한국어판이었다. 외국인인 우리를 어떻게든 편하게 대해 주시려는 모습이었다.


식기와 냅킨을 가지런히 준비해주셨다. 요리는 시간이 약간 걸리는 편이다. 주인아주머니가 서빙을 담당하고 남편분이 주방에서 요리를 하는 모양이었다.


수프로는 버섯과 양파, 당근이 든 맑은 수프가 나왔다. 기본적으로 짭짤한 맛이 상당해 따로 간을 하지 않았다.


스테이크 런치에 곁들여 먹는 소스와 샐러드도 준비되었다.


그리고 약간의 츠케모노도 준비해 주었다. 스테이크 먹다가 느끼할 때 맛있게 먹었고 남편은 한차례 리필도 했다. 일본에서는 반찬 리필이 따로 과금되는 경우가 있어 약간 조심스러운데, 이곳 츠케모노는 달라고 하면 그냥 준다.


두 세트 모두 밥으로 주문했다. 곧 햄버그스테이크가 나왔다. 햄버그 스테이크는 이미 데미그라스 소스가 올라간 채로 나왔다.


그리고 와규 스테이크도 올라왔다. 엄청난 석쇠에 올라왔는데, 다 먹을때까지 따뜻하게 먹을 수 있었다. 로스라서 기름기가 많은 편이고 역시 육질은 야들야들했다. 미디움으로 했는데, 약간 웰던으로 먹어도 좋았을 것 같다. 게눈 감추듯 엄청난 속도로 먹었다.


후식으로 커피 한 잔 하며 사가여행 첫 날의 일정을 서로 조정해보았다. 그러던 중, 아주머니가 다가오시더니 "한국처럼 양이 많지 않아 미안해요~"라고 이야기했다. 우리는 이미 충분히 배불리 먹은 상태여서 괜찮다고 대답했다. 아주머니 딸이 한국에 자주 놀러가는데 한국은 음식 양이 훨씬 많다고 이야기한 적이 있다고 했다. 스테이크 같은 경우는 우리나라도 비슷한 양이 아닐까 싶다.


커피까지 완식하고 계산을 하고 나왔다. 첫 식사치고 꽤 많은 돈이 나왔지만, 분위기며 맛이며 만족스러웠다. 예약하지 않았는데도 먹을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계산을 마치고 나가려는데 딱 두개 남았다며 트뤼플 초콜릿도 챙겨주셨다. 마지막까지 마음 따뜻하게 머물다 온 기분이다.


식당에 들어올 때는 비가 조금씩 내리고 있었는데, 먹고 나오니 다행이 비가 그쳐 기분이 더 좋았다. 사가여행에서 하루 한번씩 유명하다는 스테이크집에 갔는데 그 중 가장 맛있다고는 이야기하기 어렵지만, 그래도 맛과 함께 분위기와 아주머니의 따뜻함이 기분 좋은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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