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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ANA Jul 23. 2020

통번역사들의 수다

최고의 위로와 격려

  다른 분야도 마찬가지겠지만 업계 사람들을 만나면 수다를 떨어도 결국 일 이야기뿐이다. 아마 스트레스받는 일도, 기분 좋은 일도 같은 업계 사람이면 더 위로가 되고 더 인정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인 것 같다.

 나에게는 입시 시절 추억을 같이 하는 네 명이 있다. 이제는 모두 통대를 졸업하고 프리랜서 통번역사들이 되었다. 학교는 서로 다르지만 가장 힘들었던 입시 시절을 함께 한 사람들이라 그런지 언제나 같이 있었던 기분이다.

 나는 원래 세명 이상 모이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이들을 만날 때는 크게 부담을 느끼지 않는다. 다섯 명은 성향도 제각각, 달라도 너무 다르다. 그런 다섯 명이 이렇게 어우러지는 것 자체가 일종의 인연이라 생각한다. 아마 이걸 ‘인연’이라고 표현하는 사람은 이 다섯 명 중에 나 밖에 없을 것이다. 다들 이런 면(a.k.a. 의미 부여하기)으로는 매우 무딘 사람들.

 우리가 만나서 매번 하는 이야기가 그렇게 특별한 것도 아니다. 요즘은 우리 업계도 좋은 소식보다는 침체된 소식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결국은 이야기가 돌고 돌아 입시 시절 이야기로 돌아간다. 그리고 깔깔깔.

 영양가 없어 보이는 이 이야기들이 요즘 같은 때 가장 큰 힘이 된다. 모처럼 맛집을 찾아 먹는 것도, 프리랜서로 열심히 고군분투하고 있는 동료들이 있다는 것도, 고생하며 공부하던 때에 때때로 재밌는 순간이 있었다는 것도, 이 모든 것이 나를 또 이 자리에 꼿꼿이 버티게 해 준다.

 한 가지 바람이 있다면, 어서 이 상황이 나아져 통역하다 기뻤던 일, 재밌던 일, 웃겼던 일, 힘들었던 일, 울 뻔한 일들을 이야기하며 네 명에게 네 배로 축하와 위로를 받을 수 있으면 좋겠다. 그러기 위해 내일 또다시 우리는 각자에게 주어질 기회를 대비해 테이킹 노트와 펜 앞으로. :)


5인5색 (ill. 스노 언니 서화연 통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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