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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ANA Aug 05. 2020

번역본의 완성

초벌과 윤문

 오늘은 하루 종일 책상에서 일어나지 못했다. 내일 오후까지 해야 하는 번역이 있는데, 급한 건 아니었지만 내가 좋아하는 사이클로 번역을 마치고 싶어서다. 별건 아니지만, 초벌 번역과 윤문을 바로 이어서 하지 않는 것이다.

 일단 난 내 앞에 일이 쌓여있는 걸 두고 보지 못하는 성격이라 일이 생기면 바로 처리한다. 다음 일이 아직 잡히지 않은 상태더라도 혹시 빡빡한 일정의 번역이 들어올지 모른다는 생각에 빨리 해치우는 편이다.

 해치우는 느낌이지만 꼼꼼히 제대로 번역하기 위해서 초벌 번역과 윤문을 서로 다른 날 하곤 한다. 분량이 많은 번역이라도 일단 초벌이 끝나면 그날 바로 윤문을 시작하지 않고 일단 그날은 쉰다.

 초벌 번역을 하다 보면 어떤 단어는 처음부터 명확히 이해가 돼서 수월하게 번역되는 것이 있고 또 처음부터 대체 무엇을 뜻하는지 모르겠는 단어가 있다. 하루 종일 똑같은 문서를 보고 있으면 그게 그거 같고 눈이 빙글빙글 돈다. 그리고 이럴 때 바로 윤문을 이어서 해버리면 내 번역문이 보면 볼수록 괜찮아 보이게 된다. ‘머... 이 정도면...!!!’

 이럴 땐 일단 끝까지 번역을 마치고 쉬어야 한다. 물론 쉬긴 쉬는데 머릿속엔 계속 그 단어들이 떠오른다. 눈으로 문서를 보고 있는 것만 아니지 머릿속은 계속 번역 생각만 하고 있다.

 그러다 문득 잠깐 딴생각을 하는데 ‘앗! 설마 이건가?!’하고 깨달을 때가 있다(아닐 때가 더 많다;;;). 그럼 얼른 어딘가에 적어 놓아야 한다. 바로 윤문을 시작하지는 않지만 적어두어야 다음날 쓸 수 있다.

 그리고 다음날 새 마음으로 새로운 번역을 시작하듯이 어제의 문서를 연다. 그리고 일단 어제 적어둔 그 단어를 대입해 보고 알맞을지 보면서 윤문을 시작한다. 어제 계속 봤던 문서지만 날이 바뀌고 보면 또 그렇게 지겹지 않다. 오탈자도 고치고 좀 더 나을 법한 유사어로 바꿔보기도 하며 번역본을 완성한다.

 서점에 진열될 문학작품 같은 번역이 아니더라도 내가 완성한 내 번역본은 애착이 생기고 또 동시에 아쉬움이 남는다. 그 아쉬움을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 항상 최선을 다해야 한다. 한 단어도 열 번 스무 번 생각해 보고 그중 최선을 남긴다. 할수록 어려운 번역, 할수록 심오한 번역. 흠...


오늘도 수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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