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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ANA Aug 06. 2020

통번역사도 모를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어떻게 해결하느냐’

 번역은 통역보다야 시간적 여유가 있어 바로 파악되지 않는 부분이 있어도 천천히 생각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라면 장점이다. 하지만 그만큼 보는 사람도 꼼꼼히 보게 되고 틀린 부분이 있으면 더 눈에 띄기 때문에 신경 써야 한다.

 아무리 통번역 공부를 한 사람이라고 해도 모든 문장을 한눈에 파악할 수는 없다. 낯선 분야면 파악하는데 당연히 좀 더 시간이 걸리고, 변명하고 싶진 않지만 원문에 문제가 있어 파악이 안 되는 경우도 많다(실로 많다...). 이럴 때 클라이언트가 원문의 작성자라면 귀찮게 하더라도 최대한 제대로 파악해서 번역을 해야 뒤탈이 없다. 그런데 문제는 중한 번역 같은 경우, 클라이언트도 중국 측에서 그냥 받은 자료라 원문 작성인에게 직접 물어볼 수 없는 경우가 많다.

 그럼 이럴 때는 어떻게 해야 하나... 원어민에게 물어보아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는 클라이언트를 괴롭힐 수도 없기 때문에 통대 동기를 찾는다. 오늘도 윤문을 하다가 어제 초벌 번역하면서부터 신경 쓰이던 부분이 계속 부드럽게 해결되지 않아 동기(엄연히 말하면 선배ㅎㅎ... 동문?!)에게 연락을 했다. 질문하자마자 해결되는 시원함이란... 난 또 신세 지는 게 싫어 기프티콘이라도 보내게 된다. 동기는 어차피 서로 묻는데 이런 거 보내주지 않아도 된다고 하지만, 그래도 이렇게라도 고마움을 표현해야 마음이 편해진다.

 통역사/번역사 하면 보자마자 한눈에 통역/번역이 될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물론 그렇게 하려고 항상 노력하지만 배경 상황과 화자의 의도도 모르는 상황에서는 그러기 쉽지 않다. 통역이야 상황에 따라 그 순간에 화자에게 물어보거나(순차통역이라면) 재차 확인해볼 수 있겠지만 이런 면에서 번역은 작성인의 의미를 항상 확인할 수는 없어 답답한 면이 있다. 이런 상황에서 번역사가 할 수 있는 일은 최대한 주변 자원(인적/물적)을 활용해 번역을 해내는 일이다.

 오늘 같은 날 이런 동기가 있다는 것이 너무 든든해서 통대 다니며 얻은 것은 역시 지식뿐이 아니라, 인공지능보다 훌륭한 동기 겸 동료인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이번 번역도 무사히 완료되어 마음이 뽀송한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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