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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ANA Aug 09. 2020

어디선가 누군가에 통역이 필요하면

 코로나가 터지고 나서 내 동생 들은 나름 그 최전방에서 일을 했다. 올해 초 코로나가 심각해져 마스크 대란이 나고 마스크 구입 요일제가 시행될 때 막내는 약사로서 고생했고 둘째는 보건소에서 일하면서 거의 주 7일을 출근했다. 막내는 이제 괜찮아진 것 같은데, 보건소는 여전히 바빠 주말도 하루는 꼭 출근을 하는 것 같다. 특히 요즘은 2학기 개강을 앞두고 해외입국자가 많다고 했다.

 나는 이런 상황에서 도와줄 수 있는 것이라고는 최대한 집이 있으면서 코로나에 걸리지 않는 것이 할 수 있는 최선의 도움이라고 생각했다. 물론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이 ‘자체 격리’를 잘 지켜왔다.

 번역 때문에 바빠 이번 주말은 쉬지 못했다. 어제도 낮에 번역을 하고 있는데 동생에게서 전화가 왔다. 그냥 수다 떨려고 전화한 줄 알고 편하게 받았는데, 통역을 해줄 수 있겠냐는 것이었다. 오늘 중국에서 입국한 사람에게 자가격리 관련 사항과 코로나 검사 관련 사항을 전달해주어야 하는데 상대가 한국어를 잘 못하는 것이 문제였다. 영어도 딱히 통할 것 같지 않아 어쩌지 하다가 전화를 했다는 것.

 갑작스러웠지만 내가 도울 수 있는 일이 있다니... 그것도 통역이라니... 생각하며 알겠다고 했다. 마침 방에서 번역을 하고 있었기에 옆에 테이킹 노트도 있었다. 보건소에서 중국인에게 전화를 걸고 동생이 나에게 전화를 걸어 모두 스피커 모드로 하고 통화를 하는 것이었다. 이렇게 통화한 줄은 나중에 알았다. 음질이 너무 좋아서 중국인이 그 자리에 있는 줄 알았다.;;

 오늘부터 바로 자가격리 시작이고 자가 격리할 때 반드시 지켜야 하는 사항과 담배 피우러도 절대 나가지 말라는 내용, 어기면 어떤 처벌이 있는지 등등 전달했다.

 세명의 중국인과 통화를 했는데, 모두 통역을 들을 때마다 알겠다고 했고 전화를 끊을 땐 서로가 서로에게, 즉, 동생은 보건소 입장에서 중국인에게 잘 들어줘서 고맙다고, 중국인은 자세히 설명해줘서 고맙다고, 나는 그냥 그 커뮤니케이션 자체가 순조로웠던 것이 고맙다고 다들 ‘셰셰’를 외쳤다.

 아무리 동생이 부탁한 통역이라고 해도, 잠깐이면 끝나는 통역이라고 해도, 시작은 긴장했지만 원활하게 진행되는 그 상황에 내가 도움을 줄 수 있는 것이 너무 보람되고 즐거웠다. 동생에게 도움이 되었다는 점도, 좀 더 크게 생각하면 이 코로나 상황에 나도 조금은 도움이 되었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니 너무 설레고 좋아서 전화 끊고 한 5분 정도 번역에 몰입이 안되었다. 기쁜 마음을 진정시키느라... 사실 오랜만에 짧지만 통역을 한 것 자체가 나는 너무 신이 났다. 내가 이렇게나 통역을 사랑한다.

 그리고 또 느낀 점, 언제나 항상 준비되어 있어야겠다. 언제 어디서 나를 필요로 할지 모른다는 것. 그러니 언제나 정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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